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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조현정기자]“기적같은 날이고 평생 내게도 잊지 못할 순간”(배철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사랑합니다”(구창모).

1980년대를 풍미한 한국 그룹사운드의 전설인 록밴드 송골매가 배철수(69)와 구창모(68)를 투톱으로 38년 만에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을 통해 다시 한번 화려하게 비상했다. 두 사람이 뭉쳐 ‘완벽한’ 송골매로 날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그대를 처음 본 순간’ 등 숱한 히트곡을 남긴 송골매는 11·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투어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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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1979년 한국항공대 록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송골매는 1982년 홍익대 록밴드 ‘블랙테트라’의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해 밴드의 전성기를 맞았다.1982년 송골매의 2집 앨범의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KBS ‘가요톱텐’에서 5주간 1위를, 후속곡 ‘모두 다 사랑하리’는 4주간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모았다. 1984년 4집 앨범 발표 직후 리드보컬 구창모의 탈퇴 후 배철수를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하며 인기를 이었고 1990년 9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휴식기에 들어갔다. 배철수는 같은 해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진행자로 30여년간 국민DJ로 사랑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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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DJ 배철수.사진|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콘서트의 첫날이었던 11일 배철수와 구창모는 송골매를 상징하는 무대에 나란히 올라 1만명에 달하는 관객들과 자신들이 활동하던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 향수와 감동을 선사했다. 배철수는 블랙 가죽재킷, 구창모는 흰색 재킷에 청바지와 스니커즈 차림으로 등장해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여라’를 시작으로 “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다”며 마지막 앙코르곡 ‘모두 다 사랑하리’까지 27곡을 들려주며 2시간30분 동안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일흔살을 앞둔 두 사람이지만 배철수는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정감있는 목소리로 안정적인 노래 및 기타실력과 함께 ‘배철수의 음악캠프’로 갈고닦은 재치넘치는 입담을 펼쳤다. 구창모도 나이가 믿기지 않는 미성으로 고음을 쭉 뽑아냈고 여유로운 미소로 배철수와 티격태격하며 관객들에게 추억과 웃음을 선사했다.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세상만사’, ‘처음부터 사랑했네’, ‘빗물’ 등 주옥같은 당시 히트곡을 잇달아 선보이자 객석을 빼곡히 채운 중·장년층 남녀 관객들은 ‘송골매’라고 적힌 별모양 형광봉을 흔들며 함성과 박수로 환호했다.

배철수는 “약 40년만에 송골매로 구창모씨와 무대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 오늘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기타도 메고 있으니 20대로 돌아간 것 같다”며 “오늘만큼은 뜨거운 열망이 가득하던 20대, 10대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구창모도 “지금 살이 떨릴 정도로 흥분돼 박자도 조금 놓쳤다”며 “비가 오는데도 많은 분들이 우리를 환영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꿈에도 생각못했다”며 눈가가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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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구창모.사진|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배철수와 구창모는 1978년 TBC해변가요제 예심 때 처음 만났던 상대의 첫 인상을 전하거나 구창모가 송골매를 탈퇴할 당시 등을 말하며 티카타카를 펼치면서 진한 우정을 드러냈다. 특히 배철수는 국내 방송 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1983년 KBS ‘젊음의 행진’ 감전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대는 나는’을 부르기 전 그는 “이번 공연 최대의 난관이다. 기억하기 싫지만 1983년 ‘젊음의 행진’ 에서 이 노래 인트로에서 노래하려고 마이크를 잡는 순간 누가 마이크를 삐뚤하게 놨더라. 그냥 노래하면 됐는데 성격이 반듯해서 똑바로 놓으려고 잡았다가 감전됐다. 그때 갔으면 오늘 공연도 안됐을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며 “동영상 사이트에서 봤는데 이젠 무덤덤하다. 10년 이상 (영상을) 못봤다”고 회상했다.

또한 “구창모씨는 위대한 싱어송라이터다. 송골매 시절 만든 인기곡들이 있었는데 송골매에서 나간 뒤에는 만든 곡이 없다”며 “송골매를 안나갔더라면 가요계를 강타할 불멸의 히트곡을 5곡은 만들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구창모는 ‘희나리’, ‘외로워 외로워’,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배철수는 ‘이빠진 동그라미’,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등 솔로 히트곡을 열창했고, 송골매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외로운 들꽃’ 가창 무대도 선보였다. 송골매를 이끌어온 배철수가 이번 국내 및 해외공연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음악을 안하려고 한다고 밝혀 이번이 송골매의 마지막 공연인 셈이다. 송골매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인천에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서울 일원동에서 친구와 공연장을 찾은 김현경(52)씨는 “배철수와 구창모가 함께 할 때 송골매가 가장 빛나는 것 같다. 너무 행복하고 힐링되는 시간이었다”며 “일흔살을 앞둔 나이에도 무대에서 빛나는 너무나 멋진 두 사람을 보니 10대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고, 나도 아직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속에 열망이 피어올랐다”고 감격해했다.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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