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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포수 장승현이 수훈 선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 | 황혜정기자.

[스포츠서울 | 잠실=황혜정기자]

“이 단상에 꼭 올라와보고 싶었습니다.”

포수는 야구에서 그리 주목 받는 포지션이 아니다. 게다가 주전이 아닌 ‘후보’ 포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후보 포수가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홈경기에서 4타수 3안타 4타점 맹활약을 펼치며 공격의 선봉장이 됐고, 수비에서도 2회초부터 9회초까지 안정적인 리드로 승리를 이끌어 수훈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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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인터뷰 중인 장승현. 잠실 | 황혜정기자.

두산 포수 장승현(28)이 20일 열린 NC전에서 팀을 8-2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뽑혀 팬들과 만나는 자리인 단상에 오른 그는 “이 단상에 꼭 올라와보고 싶었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장승현은 당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으나, 경기 시작 직전 팀 내 주전 포수 박세혁으로 선발 라인업이 변동됐다. 단상 인터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장승현은 “갑자기 생긴 일이지만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나를 믿어주셔서 2회에 다시 내보내주셨고, 거기에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오늘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미소지었다.

[포토] 승리 요건 갖추고 6회 마운드 내려오는 곽빈
두산 선발투수 곽빈이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NC와 경기 6회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날 1회를 마치고 선발 출장한 포수 박세혁의 볼 배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두산 김태형 감독은 2회초부터 포수를 장승현으로 교체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날 박세혁의 이른 교체를 “부상 등 특이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1회초 두산 선발 곽빈이 NC타선에 연속 4안타를 맞고 2실점 하며 크게 흔들린 터였다. 곽빈과 박세혁 배터리는 속구 위주의 ‘강강’ 승부를 이어갔지만 NC 타자들에 공략당했다. 그러나 장승현이 2회초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고 새로운 볼 배합으로 NC 타선을 상대하자 곽빈도 살아났다.

안정감을 되찾은 곽빈은 이날 최고 시속 153㎞ 속구를 포함, 삼진 7개를 솎아내며 2회초부터 6회초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안타 3개만을 허용했다. 특히 초구에 변화구를 주로 던진 것이 주효했다. 곽빈은 2회부터 안정감을 찾고 5.2이닝 동안 2실점만을 허용한 뒤, 시즌 7승(8패)째를 올렸다.

장승현은 이에 대해 “(곽)빈이가 1회에 힘이 많이 들어가 공이 빠지더라. 그걸 말해주려고 했는데 마침 교체로 올라가라 하시길래 바로 가서 이야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지시사항도 밝혔다. 장승현은 “감독님께서 항상 이야기하시 듯 ‘피해다니지 말고 공격적으로 승부해라’라고 하셨다. 그래서 (곽)빈이가 공이 워낙 좋으니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포토] 장승현, 2회 2루주자 불러들이는 안타
두산 장승현이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NC와 경기 2회말 1사1,2루 1타점 중전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3안타를 때려내며 4타점을 폭발시킨 비결도 들려줬다. 장승현은 “특별히 어떤 공을 공략했다기 보다, 요즘 타격 연습을 할 때, 이정훈 코치님께서 내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면서 자신감을 북돋아 주셨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감이 없다’며 자신감이 생기게 도와주셨다. 또 (김)재환이 형 등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타격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현은 이날 2회말 1사 1,2루에서 8번 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서 NC 선발 맷 더모디의 시속 145㎞ 속구를 때려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2루 주자 양석환이 홈으로 들어오며 1-2로 따라가는 점수를 만들어 추격의 발판을 놓았다.

이어진 5회말 1사 1,2루 두 번째 타석에서 장승현은 더모디의 시속 130㎞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전 적시 2루타를 만들어 2루 주자 양석환을 또 한번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 타점으로 더모디가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7회말 장승현이 또 한번 폭발했다. 1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선 장승현은 NC 불펜 김진호의 시속 147㎞ 속구를 타격해 좌전 적시타를 쳤다. 2,3루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오는 2타점 적시타였다. 이 타점으로 김진호가 강판되고 하준영이 올라왔다. 두산이 8-2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였다.

[포토] 미친 타격감 장승현, 7회 만루서 2타점 적시타
두산 장승현이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NC와 경기 7회말 1사 만루 2타점 좌전안타를 친 후 유재신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장승현은 올시즌 66일 간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었다. 8월에는 부상과 부진 등의 이유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나의 강점이 수비에 있는데 올해는 도루 저지율을 비롯해 수비 쪽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렸다. 그래서 1군에서 많이 빠져있었던 것 같다. 그걸 빨리 깨닫고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소회했다.

2018년 두산에 데뷔한 이래로 올시즌 정체기를 처음 맞았다. 부상과 부진 속에서 장승현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미소 지으며 “팬분들 덕분”이라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는데 가족들도, 팬분들도 ‘요즘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냐.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생각이 좋은 쪽으로 조금씩 바뀌더라.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가 엔트리에 빠져있을 때 같은 팀 포수 안승한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쟁 구도에 대해 “나한테도 좋은 부분이다. 2군에 있을 때 어떻게든 올라오려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승현은 남은 16경기 동안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해 좋은 활약을 다짐했다. “경기에 자주 나와 더 많이 승리하고 싶어요.” 훨훨 날아오른 포수는 그렇게 미소지으며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