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은혁
푸에르자 부르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슈퍼주니어 은혁이 21일 서울 잠실 FB씨어터에서 테크니컬 리허설을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승섭 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지금도 혼자 있으면 가끔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룹 슈퍼주니어 은혁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은혁은 지난 8월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슈퍼주니어 월드투어-슈퍼쇼9:로드 인 마닐라’(SUPER JUNIOR WORLD TOUR - SUPER SHOW 9 : ROAD in MANILA)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아버지는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 시니어모델에 도전하는가 하면 사망 직전까지 은혁의 유튜브채널에 함께 출연했기 때문이다. 결국 은혁과 슈퍼주니어는 마닐라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부친상 이후 은혁이 언론에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생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살아갈 것 같다. 지금도 정리가 안 된다. 다행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멤버들,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 팬들까지...그분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슈퍼주니어 은혁
푸에르자 부르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슈퍼주니어 은혁이 21일 서울 잠실 FB씨어터에서 테크니컬 리허설을 하기 전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슬픔을 잊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때마침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이하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의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넌버벌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벽과 천장 등 모든 공간에서 펼쳐지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다.

음악과 춤, 특수효과 등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지난 달 29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FB씨어터에서 공연이 진행 중이며 은혁은 이달 28일 공연에 첫 등장한다.

그는 극 중 ‘꼬레도르’(CORREDOR) 장면에 출연해 관객 사이를 지나다니다가 종이상자로 쌓인 벽을 뛰어가며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와이어를 탄 채 공연장을 날고 천장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긴 투명 터널을 타고 내려오는 퍼포먼스 등 중력을 거스르는 퍼포먼스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은혁이 ‘푸에르자 부르타’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9년 선배 가수인 HOT 장우혁이 ‘꼬레도르’를 맡았을 때 잠시 이 쇼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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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에 참여했던 은혁

“처음에는 공연에 출연하는 (최)여진 누나가 초청해주셔서 신동 형이랑 관람을 왔다가 푹 빠졌다. 나와 신동형이 슈퍼주니어의 ‘슈퍼쇼’ 연출을 맡고 있는데 꼭 우리 공연이 아니어도 한번쯤 저런 퍼포먼스쇼를 한국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운좋게 공연에 참여한 뒤 그런 바람이 더욱 커졌다. 팬데믹으로 공연이 3년간 쉬면서 언제 이걸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 간절히 바랐다. 한국 공연재개 소식을 들은 뒤 기회만 된다면 무조건 한다고 했다. 가족에게 모든 포커스를 맞춰 살아 허탈함이 컸는데 몰입하며 시간을 쏟을 기회까지 생겨서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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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에 참여했던 은혁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의 핵심은 중력을 거스르는 힘이다. 탄탄한 체력과 코어 근육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K팝 퍼포먼서로 으뜸인 은혁이지만 쉽지는 않은 도전이다.

“몸을 만들기보다 체력과 스트레칭 위주로 관리 중이다. 해외 일정이 많아 호텔에서도 피트니스 센터에서 계속 운동하고 있다. 근지구력과 체력을 키우는 훈련 위주로 진행한다. 예전에 공연 중 갈비뼈를 다친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와이어를 찰 때마다 배가 너무 아프다. 보호대를 차도 멍이 들거나 붓지만 너무 재미있고 흥분돼 계속 하고 싶어진다.”

슈퍼주니어 은혁
푸에르자 부르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슈퍼주니어 은혁이 21일 서울 잠실 FB씨어터에서 테크니컬 리허설을 하기 전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희열과 목표한 바를 해냈다는 쾌감, 무엇보다 하늘에 계신 부친에게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다는 열망이 그의 아픔을 잊게 했는지 모른다.

벌써 9번째 시즌을 맞은 슈퍼쇼로 전세계 다양한 관객을 만난 은혁이지만 ‘푸에르자 부르타’ 관객과의 만남은 그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슈퍼주니어 은혁
푸에르자 부르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슈퍼주니어 은혁이 21일 서울 잠실 FB씨어터에서 테크니컬 리허설을 하기 전 스태프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슈퍼쇼와 느낌이 완전 다르다. 슈퍼쇼 역시 관객과 소통이 중요하지만 ‘푸에르자 부르타’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관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큰 공연의 액터로서 역할을 해준다. 가장 큰 차이는 관객의 음주여부?(웃음) 슈퍼쇼는 음주금지다.”

2005년 데뷔 후 벌써 1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은혁과 슈퍼주니어는 여전히 K팝 선두주자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당시 중고생인 팬들이 결혼해 자녀를 데리고 공연장에 오면 격세지감과 부러움을 느낀다. 은혁은 “부친상을 겪으며 결혼에 대한 소망도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팬들이 우리와 함께 세월을 보내고 추억을 공유하고 즐기면서 자신의 삶을 잘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부러움을 느낀다. 이제 조만간 ‘슈퍼쇼’ 관객을 위한 패밀리 존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같은 소속사 (최강)창민 형이 얼마 전 아빠가 됐는데 진심으로 멋있고 존경스러웠다.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만의 가족을 만들어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우리 멤버들 중에서는 누가 먼저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mulgae@sportsseoul.com

사진|최승섭 기자,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