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에 이어 안타터트린 이지영[포토]
키움 이지영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 플레이오프 1차전 LG전에서 2회초 안타를 때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나이를 먹으면, 거기 맞추면 됩니다.”

키움 베테랑 포수 이지영(36)이 안방마님으로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루틴을 철저히 지키면서 매일 경기를 준비한다. 나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싫다. 뒤지지 않을 자신도 있다.

이지영은 정규시즌에서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 2홈런 37타점, OPS 0.634를 작성했다. 알토란 이상의 활약이다. 키움의 주전 포수로서 풀 타임을 소화했다.

돋보이는 쪽이 이닝이다. “1000이닝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정규시즌에서만 994.2이닝을 먹었다. 거의 근접했다. LG 유강남(1008.1이닝)에 이어 리그 2위다. 900이닝 이상 소화한 딱 둘 뿐인 포수다. 여기에 포스트시즌 들어 준플레이오프 5경기-플레이오프 1경기를 더해 53이닝을 더했다. 합계 1047.2이닝이다.

1986년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37살이다. 그런데 올해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고, 가장 많은 타석에 섰으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꼬박꼬박 안타를 때리고 있다. 투수와 호흡도 일품이다.

홍원기 감독은 “이지영이 나이 이야기 하면 싫어한다. 제일 먼저 나와서 훈련을 하는 선수다. 체력도 문제가 없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내 마음 속의 MVP는 이지영이다. 승리 과정에 항상 이지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키움에서 대체불가 포수다.

\'고마워 안방마님\' 홍원기 감독[포토]
홍원기 감독(오른쪽)이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전 승리 후 이지영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지영은 “뛰게 해주시면 계속 뛰어야 한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 첫 번째다. 힘든 것도 없다. 올해가 내게는 뜻깊은 해다. 삼성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이닝을 뛴 것이 처음이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내 인생을 바꾼 시즌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몸 관리에 대해서는 “일찍 나와서 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버릇이다. 먼저 나와서 운동을 하고, 방망이도 먼저 치는 스타일이다. 다른 선수들과 같이 치면 시간 제한도 있다. 일찍 나와서 몸을 많이 풀고, 내가 치고 싶은 대로 친다. 그렇게 운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나이를 먹었다고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에 맞춰서 몸을 만들면 된다. 작년보다 6~7㎏ 뺐고, 현재 86~87㎏ 정도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뺄 것이다. 스피드 유지를 위해 단거리도 많이 뛰고 있다. 신체능력은 똑같은 것 같다. 대신 야구를 보는 눈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마스크를 썼기에 투수들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던질 때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바로바로 이야기를 해준다. 마무리 김재웅은 “이지영 선배님은 그냥 최고다”고 했다. 이지영 스스로는 “내 말이 정답은 아니다. 서로 맞춰가는 것이다”고 했다.

아직 포스트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이지영에게 2022년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시즌이다. 베테랑의 진가를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 이지영이 있어 키움이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고,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는 의미가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