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3-3]_지소연 선수
지소연. 제공 | 나이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시빗거리 가운데 하나가 인권 문제다. 개최국 카타르는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들의 인권 무시로 전 세계 인권단체들로부터 숱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FIFA는 카타르 대회에 최초로 여성 심판 6명을 기용해 개최국과 대비됐다.

미국에서 월드컵은 FOX-TV 중계다. 스패니시는 NBC 계열의 텔레문도가 맡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FOX-TV의 중계팀은 여성들이 대거 중용됐다는 점에서 방송사에 남는 대회다. 원래 미국 방송사에서 다양성을 늘 고민하는 곳은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다. 백인, 흑인, 여성들의 분포를 균형있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FOX도 ESPN을 따르는 형국이다.

미국은 스포츠 이벤트가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경기 중계에 그치지 않는다. 스튜디오에서 총체적인 분석과 해설이 중심이고, 다음이 현장 중계다. 이번 FOX 월드컵 중계에는 스튜디오 진행자. 캐스터, 해설자 등 무려 8명의 여성이 번갈아 가면서 출연한다.

스튜디오 메인 진행자는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을 지킨 제니 태프트(35)가 맡았다. 남성 진행자와 시간대를 나눠 출연한다. 영국 태생의 자키 오틀리는 월드컵 사상 처음 캐스터로 남성 해설자와 함께 중계하는 영광을 안았다. 미국 방송사는 축구 중계는 종주국 잉글랜드인들을 영입하는 게 관례처럼 돼있다. 미국 여자국가대표팀 출신 알리 왜그너(42)는 해설자로 발탁됐다. 23일 독일-일본전 해설을 맡았다.

영국 방송인 출신 케이트 애브도는 태프트와 시간대를 나눠 스튜디오 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태생으로 영국 여자대표팀 멤버였던 에니 알루코, 미국 여자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출신 칼리 로이드, 영국 대표팀 켈리 스미스, 콤롬비아 대표팀 멜리사 오티스 등은 스튜디오 분석 및 해설자로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남성은 미국 남자축구대표팀 출신 알렉시 라라스와 클린트 뎀시가 스튜디오 메인 해설이다.

이번 카타르 중계는 올림픽, 월드컵 사상 여성 방송 진출면에서 획기적인 대회라 할 수 있다. 여성 인권을 무시하는 카타르에게 보란 듯이 한 방 먹였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미국은 러시아의 성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듯 커밍아웃한 전 테니스 레전드 빌리 진 킹을 미국 대표팀 임원에 포함시킨 것을 연상케 한다.

국내에서는 지상파 3사가 모두 중계한다. 아쉽게도 스튜디오 해설자 또는 현장 해설자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모두 남성 중심이다. 다양성에서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

현재 모든 국제대회는 남녀평등이 기본이다. 올림픽을 비롯해, 격렬한 축구를 펼치는 월드컵도 남녀 동등하게 벌어진다. 그렇다면 해설자도 여성이 당연히 할 수 있고,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언감생심이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상징 지소연이 월드컵 중계 해설을 하면 안되나.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KBO 출신들에게 늘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메이저리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돌아오는 답은 늘 같다. “미국 야구가 다르고, 한국 야구가 다르지 않다. 야구는 똑같다”는 답이다. 남자와 여자 축구는 다른가. 체력, 성이 다를 뿐 전술, 전략 모두 같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여성에게 축구 해설 기회를 주지 않을까. 방송사들의 진취적인 사고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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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