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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한 번 더 월드컵 가겠다는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 중인 축구국가대표 ‘벤투호’ 수문장 조현우(31)의 아내 이희영 씨는 2회 연속 ‘꿈의 무대’를 밟은 남편을 응원하며 말했다. 이 씨는 두 딸 하린(6), 예린(4)과 카타르 현지로 날아가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그는 최근 본지와 벤투호 ‘치얼업 인터뷰’에서 “4년 전 러시아 대회 땐 너무 긴장해서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파트에서 들리는 소리만 집중했던 것 같다”며 “이번엔 작정하고 아이들과 카타르에 동행한다. 조현우의 가족이자 붉은악마의 일원이 돼 함께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 대회는 조현우는 물론 가족의 삶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예상을 깨고 월드컵 본선 경기 직전 주전 골리앗으로 도약한 그는 환상적인 세이브로 역사적인 독일전 승리(2-0 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개성 있는 머리모양 등 스타성까지 겸비한 그는 대회 직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이 씨는 “당시 남편이 귀국도 안 했는데 만나고 싶다며 집에 찾아오거나 아파트 앞을 지키는 팬도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팬의 큰 사랑이 남편이 더 발전하는 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지금은 팬 한분 한분 뵐 때마다 자연스럽게 인사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우는 국가대표 골키퍼 지위를 지속해서 누리며 카타르 월드컵 최종 26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카타르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따랐다. 이 씨는 “지난해까지 소속팀 울산이 염원하는 K리그 우승에 연달아 실패하지 않았느냐. 남편이 그때 한 번 무너졌던 것 같다. 또 (월드컵 두 달 남겨둔) 9월에 무릎 부상을 입었다. 주변에서 ‘시즌 아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이때 강한 의지로 부상 회복에 노력했고, 다시 팀에 복귀해 기어코 동료들과 똘똘 뭉쳐 우승하더라. 그리고 월드컵에 가게 돼서 누구보다 후련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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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는 축구계 소문난 애처가다. 세 살 연상으로 알려진 이 씨에게 애정 표현도 적극적이고 조언도 구한다. 이 씨는 “러시아 때 남편이 ‘여보 나 너무 긴장돼서 못 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난 직장 생활(연구원 출신)을 했는데, 인생에서 그런 특별한 순간을 맞닥뜨릴 기회가 별로 없지 않느냐. 그래서 ‘여보는 내가 감히 꿈꿀 수 없는 굉장한 일을 하는 것이다. 실수해도 좋으니 즐기라’고 응원한 기억이 있다”며 “이번에도 ‘즐기는 자는 이길수 없다’면서 후회 없는 월드컵을 보내라고 얘기해줬다”고 전했다.
두 딸이 처음으로 현장에서 보는 월드컵이라 더 의미가 있다. 평소 조현우는 동네 아이에게도 인기 스타란다. 이 씨는 “놀이터나 키즈카페에 가면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아이들이 남편을 따르더라. 천성이 아이와 잘 맞는 사람이다. 7~8명 앞에서 마술쇼도 하고 드리블도 한다”면서 “이제 딸도 ‘아버지가 축구 선수이고, 사람들이 사랑해주는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남편은 물론 우리 선수들에게 아이들 응원 힘이 닿아서 좋은 성적 냈으면 한다”고 바랐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