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한국,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
대표팀 선수들이 2일(한국시간 3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 후 환호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 12. 2.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김희진

포르투갈전이 끝나고 너무 기뻤다. 선제골 내줬을 땐 시간이 천천히 가길 바랐고, 역전 골을 넣었을 땐 빨리 끝나길 바랐다.

손흥민 선수가 질주하는 그 순간, 엄청난 집중력을 봤다. 황희찬 선수도 손흥민 선수가 뛸 거라는 걸 알았다는 듯이 함께 뛰었고, 정교한 패스를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역시 쏘니’, ‘역시 황소’, ‘역시는 역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힘들었던 것들이 포르투갈 전으로 손흥민 선수 스스로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경기 후 여러 영상을 봤다. 그 가운데 승리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끼리 환호하는 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손흥민 선수가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라커룸으로 들어올 때, 어깨동무를 하고, 뽀뽀하는 장면을 보면서 ‘선수들이 이 감독을 얼마나 신뢰했는지’, 원팀이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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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도쿄 |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떠올랐다. 우리도 외국인 감독이었다. 감독님을 따라 열심히 했다. 일단 리더가 열정적이면 나머지 선수들도 똘똘 뭉치게 되더라.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게 얼마나 무서운 팀인지 알게 됐다. 지금의 축구 대표팀도 그럴 것이다.

나는 외국인 감독에 대해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 해외 경험이 많은 주장 (김)연경 언니가 중심을 잘 잡기도 했고, 외국 선수들을 지도해본 외국인 감독을 따라 우리도 그러한 배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됐다. 주변에서 제아무리 의심하고, 비난을 하는 등 부정적인 이야기가 들렸지만 선수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그랬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내가 성장하고, 팀이 한 단계씩 발전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좋지 않은 것들이 더 부각됐고, ‘외국인 감독 때문’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런 시선들이 신뢰로 바뀌었다. 철저히 팀 내부에서는 모두가 함께 해왔고, 두터운 신뢰 속 우리가 얻고자 하는 걸 얻기 위해 열심히 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포토] 눈물 흘리는 손흥민
손흥민이 2일(한국시간 3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 12. 2.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손흥민 선수의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는 문구가 너무 와닿았다. 감명 깊어서 적어놓기까지 했다. 정말 맞는 이야기다. 모든 국민이 포르투갈에 무조건 진다고 생각했을까? 난 아니라고 봤다. 앞선 두 경기를 너무 잘 치렀기에 이길 수 있을 것 같고, 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모든 걸 걸고 뛰었다. 그래서 많이 와닿았다.

대표팀 선수들은 목표를 크게 잡았을 것이다. 강팀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을 것 같다. 전혀 꿀릴 게 없다. 상대가 한 발 뛰면, 우리는 두 발 더 뛰면 된다. 믿음과 신뢰 속 그들의 앞으로를 계속 응원한다.

IBK기업은행 선수.여자배구 국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