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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시청률 보증 수표’라는 KBS 주말극의 수식어가 무용해질 위기다. KBS2 주말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김인영 극본·박만영 연출)가 시청률 부진의 수렁에 빠진 탓이다.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K장녀로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성숙해야 했던 큰 딸, 연예계 톱스타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K장남의 ‘사랑과 전쟁’을 그리는 작품이다. 배우 이하나와 임주환의 첫 주말극이자 ‘적도의 남자’와 ‘태양의 여자’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무색할 만큼,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해 4개월간 안방을 찾았으나, 방영된 회차 절반 이상이 1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저 시청률은 16.6%로, 지난해 흥행한 미니 시리즈 시청률보다도 낮은 수치다. 자체 최고 시청률도 25%에 그치며, 이마저 바로 다음 회에서 7% 하락해 눈에 띄는 반등은 힘들어 보인다.
전작 ‘현재는 아름다워’도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지만, 줄곧 20%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끝내 마의 30%를 넘진 못했으나, 마지막회에서 30%에 근접한 시청률 29.4%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당시에는 겨우 체면치레했다는 반응이 나왔으나, ‘삼남매가 용감하게’의 흥행 실패에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삼남매가 용감하게’의 문제점으로는 ‘막장이지만 답답한 전개’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자극적이라서 거부감이 들지만 흡인력있는 ‘막장 드라마’와 달리, 이 작품은 쉬어가는 부분 없이 몰아쳐도 서사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식사하면서 봐도 속이 편안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던 박만영 PD의 포부와는 정반대로 여론이 형성돼 씁쓸함을 남긴다.
이와 관련,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5일 스포츠서울에 “주말극 시청률을 높이려면 클리셰를 많이 가지고 온 드라마를 내세우면 된다.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처음 시작할 때 아주 착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후반부로 오면서 출생의 비밀, 나이 차로 인한 혼사 장애, 빌런 캐릭터의 등장 등 클리셰를 많이 쓰고 있다. 인물들의 관계가 굉장히 복잡해졌고, 본래 하려던 이야기의 색깔이 흐려졌다. 시청률이 안 나와서 압박을 받은 모양새”라고 밝혔다.
김태주(이하나 분), 김소림(김소은 분), 김건우(이유진 분)의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해 주 시청층인 중장년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29년 동안 주말드라마 본 엄마가 당장 TV 다른 채널로 돌리라고 한다” 등 포털사이트 콘텐츠 홈페이지의 댓글에서 견고했던 주말극 시청층의 붕괴를 체감할 수 있다.
정 평론가는 “‘삼남매가 용감하게’에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없다. 지금까지 주말극은 젊은 세대부터 나이 든 세대까지 폭넓게 다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삼남매 중심 연애사에 주력하고 주변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니까 재미가 없는 거다. 이 역시 시청률이 낮은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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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