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김연경으로 인해 V리그 여자부 이적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몸값을 깎아서라도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겠다는 발언이 시장의 판을 흔드는 분위기다.

김연경은 10일 V리그 시상식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통합우승을 할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라며 “조건을 낮추고서라도 우승 전력이 된다면 가고 싶다. 연봉을 낮추는 부분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들이 있는데, 내가 감내할 수 있는 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라며 ‘페이컷’도 감수하며 우승 전력을 갖춘 팀의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마침 이번 FA 시장에는 수준급 선수들이 대거 나와 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한국도로공사에서만 박정아, 배유나, 문정원, 전새얀 등 A급 선수들이 4명이나 FA 자격을 획득했다. 현대건설의 황민경과 김연견, KGC인삼공사의 염혜선, IBK기업은행의 김수지 등도 이동이 가능한 자원들이다.

김연경은 “같이 뛰자고 하는 선수가 몇몇 있다. 하지만 뛰자고 해서 다 같이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내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팀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배구를 하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팀이 어떤 선수를 영입할지는 모르겠는데, 모든 것들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이동의 조건으로 FA 시장에서의 행보가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김연경 한 명만 영입하는 게 아니라 팀의 전력이 전체적으로 고른 팀, 나아가 이번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뛰는 팀을 고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일단 이 발언까지만 보면 흥국생명을 떠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협상에 능숙한 김연경이 흥국생명에도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고 볼 여지가 있다.

김연경은 이적의 조건 중 하나로 ‘적응’을 꼽았다. 흥국생명과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부임하며 팀도 안정을 찾았다.

게다가 김연경은 앞으로 1년 정도만 더 뛴 뒤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다년 계약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흥국생명이 FA 시장에서 배유나 정도의 대어를 낚는다면 김연경도 잔류할 확률을 급상승하게 된다. 꼭 새 팀을 찾는다고 단언하긴 어려운 상황, 시점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김연경의 인터뷰를 우리도 확인했다. 일단 김연경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우리도 FA 시장에서 추가 자원을 영입할 의지가 있다. 김연경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김연경은 최소 2~3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

김연경은 여전히 V리그 최고의 선수다. 이번시즌에도 국내 선수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수비적인 면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줬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연경을 품는다면 한순간에 우승후보가 되는 만큼 김연경을 영입하기 위한 각 팀의 전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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