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시속 149㎞에요?”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23)이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강력한 구위를 뽐냈고, 제구도 좋았다. 스피드도 나왔다. 그러나 원태인은 ‘아직’이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원태인은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삼성은 원태인의 호투 속에 타선이 폭발하면서 9-1의 승리를 거뒀다. 이날 방망이가 장단 13안타에 사사구 5개를 뽑았고, 다득점에 성공했다. 원태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회까지는 잠잠한 편이었지만, 5회 2점, 6회 7점을 내면서 웃었다.

3~5회 위기가 있었다. 특히 3회에 눈길이 간다. 4일 한화전에서도 3회 5실점을 했고, 11일 SSG전에서도 3회에 3점을 줬다. 1~2회를 잘 막은 후 3회 흔들렸다. 앞선 2경기에서 3회 피안타율이 무려 0.444에 달한다.

이날도 3회초 유강남-이학주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대신 이번에는 실점 없이 막알다. 박승욱에게 병살타를 유도했고, 안권수를 뜬공으로 막았다. 이 고비를 넘기면서 쭉 실점 없이 갈 수 있었다.

경기 후 원태인은 “‘왜 하필 또 3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기가 생기더라. 1점도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승부했다. 무사 1,2루에서 번트가 나올 것 같았다. 초구, 2구 파울이 되면서 카운트 0-2가 됐다. ‘해볼 만하다’ 싶었다. 병살이 나오면서 잘 넘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회가 컸다. 지난 경기에서도 공은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위기를 넘지 못했다. 흐름을 넘겨주고 말았다. 오늘도 3회 위기가 있었는데 넘어가면 흐름이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중해서 막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구위가 좋았다. 스피드의 경우 최고 시속 149㎞까지 던졌다. 특유의 체인지업이 춤을 췄고, 슬라이더도 힘이 있었다. 원태인도 “3회 넘어가면서 구위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속구 위주로 가고 싶었다. (강)민호 형도 그렇게 사인을 내줬다”고 설명했다.

구속 이야기가 나왔다. “시속 149㎞면 많이 안 나왔네요”라며 웃은 후 “지난 등판에서 시속 152㎞를 던졌다. 내 최고 구속이다. 오늘은 지난 경기와 비교하면 팔 각도를 조금 달리 했다. 내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그랬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은 느낌상 팔을 올렸다. 구속은 1~2㎞ 정도 떨어진다. 대신 구위가 산다. 내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기는 없다. 원태인은 “시속 152㎞까지 나왔다는 것은 내 몸이 괜찮다는 의미다. 안우진, 문동주를 생각하면서 던졌는데 역시 안 된다. 내 스타일을 찾아서, 하던 대로 해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구위를 살리면서 구속을 더 올리고 싶다. 구속은 내 로망이다. 포기할 수 없다.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 팔을 내리면 구속이 더 나온다. 힘을 잘 쓸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대신 타자가 치기 쉬운 각도가 된다. 일단 지금은 성적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1승을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아주 늦은 것도 아니다. “코치님이 월 2승씩 하면 12승이라고 하시더라. 조급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하셨다. 더 신중하게 준비했다. 앞으로 잘 던질 일만 남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