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라이온킹’이 대구에 뜬다. 예전이라면 익숙함을 넘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상황이 살짝 어색하다. 삼성이 ‘적’으로 이승엽(47)을 맞이한다. 두산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두산은 25일부터 27일까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주중 3연전을 치른다. 3연승의 두산과 4연패의 삼성. 순위도 각각 3위와 9위로 차이가 있다.
현재 상황이나 분위기는 차이가 있지만, 눈길이 가는 쪽은 따로 있다. ‘이승엽’ 이름 석 자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명명하자면 ‘이승엽 더비’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10월14일 두산의 제11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코치 경력 없이 바로 사령탑에 오른 케이스다. 야구예능 ‘최강야구’의 감독으로 지낸 것이 전부다. 프로는 엄연히 다른 세계다.
이렇게 되면서 처음부터 관심은 ‘삼성 vs 이승엽’이 됐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지만, ‘낭만’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승엽 감독을 적으로 만나는 삼성, 삼성과 붙는 이승엽 감독이 어떨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전초전은 지난 3월25~26일 있었다. 잠실에서 삼성과 두산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훈련 당시 멀리 외야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혹시나 삼성 선수들이 와서 인사를 할까 싶은 마음에 먼저 피했다.
시간이 흘러 ‘본 게임’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다. 그것도 장소가 대구다. 잠실과 또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이승엽 감독은 선을 그었다. “대구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8개 구단과 대결하는 것처럼 냉철하게 똑같이 경기에 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라팍에서 팬들이 “이승엽”을 연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선수라면 관중들께 인사를 드릴 시간이 있겠지만, 벤치에 있는 입장이어서 인사를 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 고민은 해보겠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냉철하다’ 싶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다. 사령탑이기에 승리만 바라봐야 하는 것도 맞다. 이승엽 감독의 ‘묘한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대구와 삼성은 이승엽 감독과 뗄 수 없는 곳이고, 팀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명문 경북고를 거쳐 삼성에 왔다. 현역 시절 일본에서 뛴 시간을 제외하면 삼성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거쳐간 삼성이지만, 이승엽 감독은 단연 역대 최고로 꼽힌다.
통산 1906경기, 2156안타, 타율 0.302, 467홈런 1498타점, 출루율 0.389, 장타율 0.572, OPS 0.961을 생산했다. KBO리그 부동의 홈런 1위이며, 장타율(3000타석 이상)도 역대 1위다. 타점과 득점(1355점), 루타(4077루타)도 1위다.
2루타(464개)는 24일 최형우(KIA)가 넘어서기 전까지 1위를 유지했고, 타석(8270타석) 7위, 타수(7132타수) 5위 등도 있다. 방망이에 관한한 삼성을 넘어 KBO리그 역대 최고를 논하는 선수다.
지난 2017시즌 후 성대한 은퇴식과 함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런 ‘거물’이 상대팀 감독으로 삼성을 만난다. 라팍에는 이승엽 감독의 현역시절 모습이 담긴 벽화가 그대로 있다. 부담스럽다면 부담스럽고, 즐겁다면 즐겁다. 3루 더그아웃에서 1루 더그아웃을 바라볼 이승엽 감독이다.
이승엽 감독은 “오래 몸담은 팀이어서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두산 감독이다. 팀 베어스의 승리를 위해 대구에 가는 것이니 최대한 많이 이기려고 할 것이다.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래도 ‘야구장 간다’고 연락오는 지인들이 많았다”고도 했다. 아주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닌 듯하다.
뭐가 됐든 ‘이야기’는 된다. 삼성이 이겨도, 두산이 승리해도 마찬가지다. 연패에 빠진 삼성은 당연히 이기고 싶고, 선두권이 눈앞에 보이는 두산도 이기고 싶은 것은 같다.
게다가 동갑내기 박진만 감독이 삼성 사령탑이라는 점도 이슈거리가 된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콕 찍은 두 감독이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첫 맞대결이기에 더 눈길이 간다.
3연속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을 때, 어느 쪽이든 웃게 된다. 개막 첫 달 최고 흥행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의미에서 라팍이 들썩인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