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B)와 KBO리그 모두 스위퍼 열풍이다. 지난달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마지막을 장식한 오타니 쇼헤이의 그 공이 집중조명 받았는데 이미 많은 투수들이 이를 연구하고 구사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구종은 아니다. 미국 현지 미디어도 스위퍼를 두고 분석를 거듭했고 이전에도 스위퍼는 존재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더불어 최근 몇 년 동안 특정 투수의 특정 구종을 새롭게 부른 것을 돌아봤다.

샌디에이고 필승조 스티브 윌슨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를 합성한 슬러터, 뉴욕 메츠 좌투수 조이 루케시의 체인지업과 커브를 합성한 처브 등이 그렇다. 그립를 참조하면서도 움직임이 그립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고려해 새로운 구종으로 명명했다.

현재 스위퍼로 불리는 구종은 움직임만 놓고 보면 1979년부터 1992년까지 토론토에서 활약한 올스타 우투수 데이브 스티브, 1994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우투수 데이비드 콘의 슬라이더와 흡사하다는 평가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중간 구속이면서 횡적인 움직임이 강한 스위퍼를 스티브와 콘은 이미 구사했다는 얘기다.

최근 투수로 시선을 돌리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세르지오 로모, 2014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코리 클루버를 들 수 있다.

로모의 슬라이더 또한 슬라이더와 커브의 중간 구속을 형성하면서 횡적인 움직임이 컸다. 강속구 투수가 아님에도 로모가 승리를 책임질 수 있었던 비결도 이 구종에 있었다. 클루버도 슬라이더와 커브의 중간 단계 구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마운드를 지켰다. 무엇보다 둘다 현재 오타니 쇼헤이의 스위퍼 그립과 흡사한 투심 그립으로 이 공을 던졌다. 즉 스위퍼는 이미 존재했던 구종으로 보는 게 맞다.

그립과 무관하게 돌아보면 한국에도 스위퍼가 있었다. 주인공은 한국 역대 최고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지난해 한국야구 레전드 40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그의 결정구도 스위퍼였다. 당시 고속 슬라이더라는 명칭이 사용됐는데 슬라이더로 보기에는 구속이 빠를 뿐더러 횡적인 움직임도 강했다. 선 감독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이 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아시아 최고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했다.

KBO리그 11시즌 통산 367경기 1647이닝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 스탯티즈 기준 통산 WAR 101.29로 누구도 범접할 수 있는 경지에 자리한 선 감독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주니치 소속으로 통산 162경기 10승 4패 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의 굵직한 활약을 펼쳤다.

올시즌 KBO리그에서는 키움 에이스 안우진과 NC 외국인투수 에릭 페디가 스위퍼 열풍에 합류했다. 안우진은 지난 25일 고척 KT전에서 슬라이더와 커브 가운데에 자리한 공을 던졌다. 이 공은 키움 구단 투구분석표에 기타구종으로 찍혔다. 안우진은 “아직 이 공을 스위퍼라고 부르기에는 부끄럽다. 지금은 그냥 각이 큰 슬라이더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페디는 의도적으로 스위퍼를 구사하고 있다. 투구분석표에는 슬라이더 혹은 커브로 구분되고 있으나 페디는 지난 비시즌부터 스위퍼를 연마했다고 밝혔다. 빅리거 시절에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페디는 올시즌 5번의 선발 등판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0.58의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투수와 타자가 끊임없이 싸우면서 발전을 거듭한다. 미국 현지 언론은 스위퍼의 출현이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적응한 타자들을 투수들이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바라봤다. 커브, 스플리터, 컷패스트볼, 종슬라이더 등에 타자들이 적응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투수들은 횡적인 움직임을 지닌 변화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빅리그 흐름은 한국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즉 MLB와 KBO리그 모두 스위퍼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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