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가수 겸 사업가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임창정(50)이 외국계증권사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 이름이 거론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검은 월요일’급 폭락장이 시작된 지난 24일. SG증권을 통해서 선광, 하림지주, 세방,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의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파란불’이 뜨기 시작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1일 대비 7조3906억원 감소했다.
임창정은 속칭 ‘떡락’한 이들 종목의 투자자 중 한 명이었으며, 롤러코스터급 폭락장을 주도한 시세조종 세력에 대한 경찰수사가 시작되면서 이름이 노출됐다. 임창정 외에 또 다른 가수도 이들 일당에 투자금과 명의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조작 일당들은 임창정이 맡긴 30억원으로 관련 종목에 대한 시세조종을 주도했고 ‘통정매매’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통정매매’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친숙해진 단어다. ‘통정매매’란 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사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투자자가 보기엔 거래가 활발하게 보이게 해서 주가를 부양하거나 떨어뜨리는 작전이다.
명의까지 넘긴 임창정은 사건이 알려진뒤 지난 25일과 26일 연거푸 JTBC ‘뉴스룸’을 통해 “그 팀들이 하는 룰인가보다 (했다). 저는 주식을 모르니 그렇게 다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올초 투자금을 댄 임창정은 한달 반만에 투자금이 2배 정도 올랐지만, 현재는 되레 빚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투자에서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임창정은 피해자일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보면 투자의 성패여부가 아니라, 사전에 이를 인지했는지 여부에 따라 유죄인지 무죄인지가 갈린다.
지난 3월10일 1심 선고공판 판결문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 동안 91명의 계좌 157개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 방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씨 등 투자자들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도 공개됐다. 김씨는 지난 2010년10월부터 2011년1월까지 4개월 동안 5개의 익명 계좌로 총 125만주(약 40억원)를 거래했다. 정확히는 김씨의 계좌가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됐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가 주가조작에 적극 가담했는지, 알고도 묵인했는지 판단하지 않았다. 김씨를 제외한 투자자 3명에 대해서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계좌를 이용해 통정매매를 했고, 시세조종을 방조한 혐의로 800만~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시세조종을 사실상 알고도 묵인했다는 고의성을 법원이 인정한 셈.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큰손’ 중 오직 현재 영부인인 김건희씨만 사건과 관련해 법적 처벌을 받지않은 것은 물론이고 검찰조사 조차 받지 않았다. 현재까지 수사결과만 보면 김건희씨는 40억원을 알아서 굴려보라고 믿고 맡긴 통은 크지만 무지한 투자자에 불과한 상태다.
임창정 역시 “나도 억울한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계좌는 빌려줬지만, 주가조작에 악용될지는 몰랐다는 주장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정말 몰랐을 수도, 모르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 초월 규모의 ‘묻지마 투자’를 바라보는 누리꾼들은 “나도 계좌활용 당해 수익창출 당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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