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범죄도시’ 시리즈가 주목도가 높은데다 한국에서도 ‘바람의 검심’을 봤다는 분들이 많아서 저를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 요새는 사진 찍을 때 한국식 ‘손하트’를 만들곤 합니다.(웃음)”

영화 ‘범죄도시3’(이상용 감독)에서 시리즈 최초의 외국인 빌런 리키 역을 맡은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43)는 한국식 팬서비스 문화와 홍보 일정이 무척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오키는 “일본은 ‘VIP시사’라는 개념이 없는데 22일 진행된 ‘범죄도시3’ VIP 시사회에서 11관을 돌며 관객과 인사를 나눴다. 평소 팬인 BTS 슈가를 비롯, 그날 모인 한국의 셀러브리티들만으로 영화 10편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바람의 검심’의 사가라 사노스케 역으로 잘 알려진 아오키는 20년차 중견 배우다. 영화 ‘배틀로얄 2-레퀴엠’(2004), ‘모리의 정원’(2020), TBS 드라마 ‘H2 ~너와 있던 날들’(2005), ‘오늘도 맑음. 이상 무’(2009), NHK드라마 ‘료마전’(2010) 등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인기 드라마와 영화에 다수 출연해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영화 ‘부산행’(2016)을 통해 배우 마동석의 팬이 됐다는 아오키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제안을 받은 뒤 뛸 듯이 기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 매니저와 하이파이브를 했다”라며 “주변 지인들도 ‘네가 범죄도시에 출연한다고?’라며 환희에 찬 비명을 질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행’을 극장에서 2번 봤어요. 마동석 선배님의 캐릭터도 좋고 스토리 전개 방식도 흥미로웠죠. 좀비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밀실 공간을 사용한 점도 매력적이고요. 영화 상영 내내 극중 마 선배님이 죽지 않기를 바라면서 관람했죠.”

그가 연기한 리키는 일본 야쿠자의 A급 킬러다. 신종마약을 빼돌린 조직 내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 온 리키는 망설임 없이 장검을 휘두르며 눈앞에 방해되는 것들을 거침없이 베어버린다.

아오키는 “리키는 야쿠자 회장이 특별히 총애하는 프로페셔널한 킬러”라며 “총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일본도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살육을 즐기는 사람이다. 잔인하고 무서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런 리키도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의 주먹에는 결국 나가떨어지고 만다. 그는 “마동석과 연기호흡은 배우 아오키 입장에서는 천국이지만 리키의 입장에서는 지옥”이라고 평했다.

“리키는 마약을 빨리 회수하는 게 목적인데 갑자기 웬 괴물같은 사내가 그 큰 주먹으로 부하들을 마구 때리더니 결국 자기 자신까지 너덜너덜하게 만들었죠. 그러니 리키는 지옥을 겪었겠지만 배우 아오키 입장에서는 마동석 특유의 주먹에 맞을 수 있는 기회니 행복했죠. 물론 촬영이라 진짜 때리지는 않았지만요.(웃음)”

직접 호흡을 맞춘 마동석에 대해서는 ‘대인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오키는 “마동석은 늘 현장에서 세심하고 꼼꼼하게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라며 “‘범죄도시3’는 내 첫 한국 촬영작인데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얘기해달라고 했다. 함께 식사를 할 때도 항상 유머러스한 농담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남자 대 남자로 마동석과 붙는다면 누가 이길 것 같냐는 질문에 눈을 크게 뜨며 “답은 뻔하다. 마동석 선배님은 상냥한 분이라 나를 절대 때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또 다른 빌런 이준혁에 대해서는 “처음 파주 액션스쿨에서 만났을 때 엄청 벌크업 돼 있었는데 홍보 프로모션 일정 때 다시 만나니 슬림해져 동일인물인 줄 몰랐다”라며 “이번에 보고 드라마 ‘비밀의 숲’ 서동재라는 걸 알게 됐다”고 웃었다.

아오키는 “나 역시 작품을 촬영하며 몸을 키운 경험이 있지만 이준혁처럼 근육으로 몸을 키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칭찬했다.

‘범죄도시3’를 촬영하면서 한국의 영화 촬영현장을 처음 겪은 아오키는 한국식 현장 편집기술과 ‘밥차’ 문화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현장 편집은 감독의 디렉션을 분명하게 할 뿐더러 각 신이 연결됐을 때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해 다음 촬영 때도 에너지를 이어가게 한다”고 만족해 했다.

‘밥차’ 문화에 대해서도 “일본은 도시락을 먹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밥차가 왔다. 한식을 좋아하지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내 식성을 고려해 맵지 않은 ‘아오키 메뉴’를 특별히 고안해 더 잘 먹을 수 있었다”고 웃었다.

지난해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영화 ‘브로커’를 촬영했고, 올초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등 양국의 정치적 갈등과 별개로 문화교류가 활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아오키는 “이같은 한일 문화교류가 더욱 활기를 찾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본 영화계도 많이 침체된 상황이에요. 영화제같은 페스티벌을 통한 문화교류도 있지만 작품 속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교류하는 것도 문화교류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무대 인사 때는 가급적 한국어로 관객에게 인사하려고 합니다. 역시 엔터테인먼트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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