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치바(일본)=장강훈기자] “멋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 핑계댈 수 없는 성적이다.”
하나금융그룹 골프단 ‘주장’ 박상현(40·동아제약)은 고개부터 숙였다.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일본 치바현에 있는 이쓰미 골프클럽(파73·762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에서 비록 양지호(34·PTC)가 천신만고 끝에 1타차 우승을 따냈지만, 평균 실력으로 일본 선수에게 판정패했기 때문이다.
박상현은 “코스 환경이 너무 좋다. 적응실패로 컷탈락 선수가 대거 발생한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냉정하게 실력에서 밀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코리안투어 선수로서 아쉽다. 이런 대회를 계기로 더 많은 국제교류전이 열렸으면 한다. 그러면 우리 후배들도 많은 것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도 고전했다. 첫날 1오버파 106위로 출발했고 2라운드 때 버디7개와 보기 3개를 바꿔 4타를 줄인 덕에 턱걸이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무빙데이에 나섰다.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바꿔 3타를 더 줄여 공동 2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냈다. 스스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고, 톱10에 근접한 성적으로 마무리한 것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기량을 발휘한 건 그린 스피드 등 환경에 적응한 덕이다. 그는 “첫날은 비가 와서 그린스피드가 너무 느렸다. 2라운드부터는 빨라지기 시작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4라운드에서 끝난 게 아쉽다”면서도 “만약 5라운드 대회였다면 다리가 풀려서 기권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기분좋게 마무리했지만 ‘장타왕’ 정찬민(24)을 포함해 최승빈(23·이상 CJ) 서요섭(27·DB금융그룹) 등 코리안투어 젊은 스타들이 대거 컷탈락한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박상현은 “코스 적응에 실패한 건 핑계가 될 수 없다. 이렇게 좋은 코스에서는 더 잘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선수들은 리커버리 능력이 월등하다. 숏게임, 퍼팅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코리안투어 선수들과 가장 큰 차이”라고 냉정하게 짚었다.
이어 “후배들은 멋있는 것만 생각한다. 파5에서 장타를 뻥뻥 때려대는 것에만 신경쓴다. 훈련 때도 95%는 샷훈련만 한다. 한국 골프장은 어프로치 훈련을 금지하는 곳이 많지만, 코스에서 연습할 때도 좋은 것만 하려는 습관이 있다”고 꼬집었다. 가령 벙커샷 훈련 때도 볼을 여러개 뿌려놓고, 디보트 자국에 들어가든 공이 모래에 묻히든 그 상태로 빠져나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전에서는 어디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훈련해야 실전에서 빛을 낼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세밀함에서 일본 선수들에게 완패했다”고 진단했다.

박상현은 “숏게임으로 위기를 넘겨 파세이브하면, 다음 홀에서 기회를 잡기 마련이다. 환경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흐름을 만들어두는 건 결국 숏게임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다른나라 투어 선수와 경쟁하는 건 경험치를 쌓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박상현은 “일본골프투어(JGTO)에서 7~8년 뛰면서 친분을 쌓은 유명한 선수들에게 ‘내 후원사 대회인데 출전해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 이시카와 료도 ‘US오픈 월요예선에서 탈락하면 출전하겠다’고 확답을 했다. 다른나라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서 후배들도 강하고 멀리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거듭 목소리에 힘을 줬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