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뜻밖의 ‘사생활 폭로 파문’에 휘말려 무거운 마음으로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독하게 마음을 부여잡더니 ‘데뷔전 데뷔골’에 성공했다. K리그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것을 유럽에서도 확실히 증명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노팅엄 포리스트 공격수 황의조(31)가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쏘아올렸다. 그는 15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 메도우 레인에서 열린 노츠 카운티(4부)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자원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투입 1분 만에 선제 결승골로 포효했다. 전방 압박으로 상대 공을 탈취한 뒤 문전으로 질주한 황의조는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노츠 카운트 역시 노팅엄을 연고지로 둔 팀이다. 하부 리그에 속해 있으나 노팅엄은 전반에 주력 공격수인 타이워 아워니이를 앞세우고도 무득점으로 마치는 등 원하는대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후반에 황의조가 투입과 함께 ‘한 방’을 뽐내면서 존재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노팅엄 동료는 일제히 황의조에게 달려가 득점을 축하했다. 노팅엄은 황의조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 신승,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웃었다.

황의조에겐 EPL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게 한 경기임에 틀림이 없다.

프랑스 리그1 지롱댕 보르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그는 지난해 여름 노팅엄에 입단하며 꿈에 그리던 EPL 무대를 밟는 듯했다. 하지만 계약 과정에서 같은 구단주를 두는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에서 ‘한 시즌 임대’로 뛰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올림피아코스 생활은 악몽에 가까웠다. 12경기 무득점에 그쳤고 구단이 조기 임대 해지를 선택하면서 그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황의조가 크게 부진한 데엔 여러 요인이 있으나 노팅엄 이적 절차가 늦어져 지난해 여름 제대로 훈련을 시행하지 못한 게 컸다. 경기 체력부터 기본적인 컨디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도 모두 부진했다. 결국 그는 한 시즌 3개 팀에서 뛸 수 없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으로 유럽 잔류가 어려워졌다. 그때 프로 데뷔 팀인 성남 시절 스승인 안익수 감독이 지휘하는 FC서울에서 손을 내밀었다. 지난 겨울 6개월 단기 임대 계약을 맺고 서울 유니폼을 입은 그는 꾸준히 경기를 뛰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초반 유럽에서 컨디션 조절 실패 여파로 공격 포인트 사냥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갈수록 제 색깔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만 2골을 넣고, A매치(엘살바도르전)에서도 1년 만에 골 맛을 보는 등 부활의 날갯짓을 하며 원소속팀 노팅엄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황의조가 EPL에 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아워니이나 크리스 우드 등 기존 공격수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그리스에서 실패로 그의 가치에 의문부호가 따랐기 때문이다. 황의조 역시 노팅엄에서 생존이 어렵다면 유럽 내 타 팀으로 임대 혹은 이적까지 염두에 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경쟁에 임하게 됐다.

한편, 소셜미디어상에 사생활 폭로 영상과 사진, 게시글을 올린 유포자를 고소한 황의조는 최근 2차 협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6일 유포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강요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적이 있다.

현재 사건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이관돼 수사 중인데, 유포자는 황의조에게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사생활을 다 공개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경찰은 해당 이메일을 포함해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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