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영원한 프랑스의 아이콘”

바구니 든 버킨, 에르메스 회장에 영감

“악어 죽여 만든 백, 이름 빼라” 성명내기도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영국계 프랑스인 가수 겸 배우,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한 패션 아이콘이기도 했던 제인 버킨이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즈 등 해외 유수의 언론은 16일(현지시간) 유명 패션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상품명으로도 불린 ‘영원한 뮤즈’ 버킨의 생애를 추모하며 부고 기사를 전했다.

버킨은 16일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서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즈는 “패션 아이콘이라는 용어는 정말이지 상투적이지만, 그렇다고 한 시대의 스타일을 결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제인 버킨도 그 중 하나였다”라면서 “유명 배우이자 가수인 버킨이 그녀의 이름을 딴 럭셔리 핸드백으로만 기억되는건 부당하다”라고 전했다.

버킨의 부고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의 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로 노래한 버킨은 프랑스의 아이콘”이라며 추모했다. 프랑스 문화부도 “버킨은 프랑스 거장들과 함께한 작품으로 영원한 프랑스어권의 아이콘으로 남았다”라고 전했다.

194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버킨은 22세 때 프랑스로 건너와 가수, 배우로 활약하며 1960∼1980년대를 풍미한 프랑스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18세 연상의 프랑스 유명 가수 세르주 갱스부르와 사랑에 빠진 뒤 이듬해 1969년 발매한 ‘주템므 모아 농 플뤼’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배우로도 활약했다. 1967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영화 ‘욕망’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자크 리베트, 장뤼크 고다르, 아녜스 바르다 등 누벨바그 거장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지난 2013년에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카메오로 특별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버킨은 남다른 패션감각으로 ‘패션의 아이콘’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이때문에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줬고 사랑받았다. 디자이너 안나 수이는 “그녀는 한 세대의 여성을 위한 스타일 모범을 세웠다”라며 “그녀의 스타일은 미국과 달랐다. 약간 구겨진 영국식 모양이지만 고전적인 프랑스 코드와 융합된 무언가가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에르메스의 가방 ‘버킨백’에 영감을 준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버킨은 평소 화장품, 열쇠, 각종 도구로 가득 찬 밀짚 바구니를 들고 다녔다. 여자들이 갖고다닐 물건은 많은데 여성용 백이라는 것이 터무니없이 작았기 때문.

파리발 런던행 비행기에서 에르메스 회장 장 루이즈 두마스는 버킨이 커다란 바구니를 든 모습을 봤고, 거기서 버킨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버킨은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백이 없다”라고 불평했고, 그렇게 ‘버킨백’이 탄생했다.

하지만 정작 버킨은 지난 2015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내 이름이 붙은 에르메스 백에 쓸 악어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걸 알고 나서 에르메스사 관행이 국제 규범에 맞을 때까지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버킨은 음악적 동지였던 갱스부르와 사이에서 딸 샤를로트를 낳았고, 1980∼1992년까지 함께한 영화감독 자크 드와이옹과 함께하며 슬하에 루를 낳았다. 두 딸도 가수, 영화배우,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버킨은 지난 2021년 9월 가벼운 뇌졸중을 앓고 나서 그해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올해 3월 콘서트가 잡혀있었으나 어깨뼈를 다치면서 복귀가 미뤄져 왔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