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물가 상승에 따른 정부 압박이 거세지며, 최전방을 담당하고 있는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농심 라면값 인하를 시작으로 지난 17일 유업체 매일유업 등이 선두주자로 가격인하에 나서, 추이가 더욱 주목된다. 낙농가와 유업체 협상이 오는 19일 코앞인 상황에서 유업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유업체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낙농가와 유업체들의 협상이 기한 연장과 더불어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19일 협상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앞서 유업계는 흰 우유의 경우 원유 가격이 오르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매일유업의 이번 첫 신호탄은 유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서울우유 등 각 유업체와 만나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며 협조를 요청했을 당시에도, 유업계는 이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업계 전반적인 가격 인하 추세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유업계는 번외였던 셈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우윳값 인하 결정은 생산비와 직결되는 요인”이라며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에 따라 원유 가격도 따라 오르고, 이에 우윳값도 오르는 것”이라 말했다.

또한 최근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 됐다. 다른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공감하지만, 무작정 가격을 인하할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달랐다. 낙농가와 유업계의 한 달이 넘는 대치 기간 중임에도 불구 매일유업은 지난 17일, 오는 8월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 커피 14종의 제품 가격을 100~200원가량 내린다고 밝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최근 원두 가격이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고객 부담을 줄여드리는 차원에서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두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어도 매일유업이 판매하는 ‘라떼’ 주재료가 우유인 것을 고려하면 컵 커피 가격 인하는 쉽지 않았을 터다.

이에 소비자들의 시선은 다른 유업체들에 쏠리고 있다. 유업체 중 매일유업이 먼저 인하를 시작한 만큼 나머지 유업체들도 줄줄이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실제 정부 ‘라면값 인하’ 권고 이후 지난 6월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다. 이어 롯데웰푸드도 과자 3종의 가격을 100원씩 인하했으며, SPC는 식빵, 바게트 등 빵 30종의 가격을 평균 5% 인하를 결정했다.

농심을 선두로 제과, 제빵 등 업계 전반적인 가격인하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유업계에서 홀로 인하를 결정한 매일유업과 원유 가격 인상을 외치고 있는 낙농가 사이에 나머지 유업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평가된다.

유업계 가격인상 결정은 다양한 소비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이유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주재료로 하는 빵과 커피 등 관련 제품 가격이 자연스레 오르는 이치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49원 인상되자 각 유업체는 흰 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또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 결정 이후 아이스크림 가격도 10∼20%대로 인상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유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에 대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며 “아직까진 가격 인하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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