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싱가포르=김태형기자] 맥스 할로웨이가 자신의 승리에도 정찬성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전 UFC 페더급 챔피언이자 랭킹 1위 맥스 할로웨이(31·미국)가 랭킹 8위 정찬성(36)을 상대로 3라운드 23초 KO 승을 거뒀다.

정찬성과 맥스 할로웨이는 2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할로웨이 vs 코리안 좀비’ 대회 메인 이벤트 페더급 경기로 격돌했다.

이날 싱가포르에는 연예인 응원단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현무, 기안84, 코드쿤스트 등 MBC ‘나 혼자 산다’ 멤버들부터 그룹 갓세븐 유겸, 가수 박재범, 김종국, 배우 변요한, 하석진 등 수많은 스타들이 경기를 지켜봤다.

정찬성은 이번 경기에서 확실한 언더독이었다. 배당도 UFC 공식 홈페이지 기준 맥스 할로웨이가 -850, 정찬성이 +520이었다. 도박사들은 입을 모아 할로웨이의 승리를 점쳤다.

정찬성은 지난 22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할로웨이는 펀치를 많이 내는 선수고, 약점이 없는 것 같지만 제가 맞받아칠 수 있을만한 기술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준비를 했고 계획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할로웨이와 엄청난 공방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굉장히 힘든 싸움이 될 거다”라고 예측했다. 정찬성도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할로웨이는 조제 알도 시대를 무너뜨리며 최고의 페더급 파이터로 자리매김했다.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와 3번 싸워 모두 패배했지만 그를 제외하면 여전히 적수가 없다는 게 주된 평가다.

할로웨이는 정찬성과 같은 시대의 선수지만 아직 한 번도 싸워보지 않은 것에 대해 “그가 원한다면 한 번 싸워보고 싶다”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그 결과 매치가 성사됐고, 정찬성도 “제가 아무나 막 시합을 잡고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좋은 상대(할로웨이)를 만나게 됐다”라고 밝혔다.

정찬성과 할로웨이는 25일 싱가포르 리조트 월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공식 계체에서 모두 146파운드(66.22kg)로 통과했다. 이날 26명 선수 전원이 계체를 무사히 통과했다.

두 파이터는 등장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정찬성의 입장곡에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는 떼창이 울려퍼졌다. 할로웨이는 예고했던 대로 검은색 바지 대신 고향인 하와이를 위해 빨간색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코리안 좀비’를 향한 응원 못지않게 할로웨이를 향한 환호성도 엄청났다.

1라운드에서 정찬성은 크게 주먹을 휘두르며 적극적으로 할로웨이를 압박했다.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빠르고 저돌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할로웨이의 펀치에 정찬성이 넘어졌고, 할로웨이는 서브미션을 노렸다. 하지만 위기를 벗어난 정찬성은 펀치를 주고받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3라운드에서 희비가 갈렸다. 시작과 동시에 전진하던 정찬성은 할로웨이에게 오른손을 허용하며 쓰러졌다. 경기 결과 할로웨이가 3라운드 23초 KO 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후 할로웨이는 정찬성을 격려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이로써 맥스 할로웨이는 UFC 페더급 타이틀전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다시 만나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정찬성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글러브를 벗고 바닥에 엎드려 팬들에게 절을 올렸다. 팬들은 그런 ‘코리안 좀비’를 향해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한편 정찬성의 제자 최승국(26), 박재현(21)은 다음날 열릴 ‘로드 투 UFC’ 시즌 2 경기를 앞두고 있다. ‘코리안 좀비’의 후예들에게 격려의 박수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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