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초능력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드라마 세트장을 옮겨놓은 듯 디테일하게 짜인 소품과 공간, 배경이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종로구 안국역 근처에 마련된 디즈니+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팝업스토어를 방문했을 때 받은 첫 느낌이다.
강풀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무빙’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드라마의 인기와 MZ세대 팬들의 입소문에 힙입어 지난달 5일부터 20일까지 열었던 팝업스토어를 1일 재오픈했다. 다음 달 3일까지 운영하는 이 팝업스토어에는 현재까지 1만 9916명이 방문했다. 디즈니+ 관계자는 “1차 팝업 오픈 기간인 지난달 5일부터 20일까지 총 1만 305명이 방문했으며 지난 1일 재오픈 이후 13일까지 총 9611명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8~9회, 조인성과 한효주의 밀회장소인 초록색 커피 자판기다. 극 중 두식(조인성 분)과 미현(한효주 분)은 이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아먹으며 밀당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이 자판기는 실제 촬영에 사용된 소품이다. 의자에 앉아있으면 두식과 미현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자판기를 지나면 비밀 요원증을 발급받는다. QR코드를 찍고 자신의 사진을 등록하면 비밀 요원 등록이 완료된다. 요원증 발급 뒤 ‘오감 존’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드라마에 등장한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작품 속 안기부 요원 두식처럼 안전 고글을 쓰고 BB탄 권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며 드라마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괴력 존’과 ‘비행 존’에서는 안전 요원의 도움을 받아 트릭아트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극중 봉석(이정하 분), 희수(고윤정 분), 강훈(김도훈 분)이 재학 중인 정원고의 책상과 바닥이 마치 공중부양 하듯 붕 떠있는 공간이다.
관람객들은 하늘 위에 떠있는 책상과 뒤집힌 바닥을 활용하여 주인공 봉석(이정하 분)처럼 비행 초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발은 땅에 붙어있지만 날아가는 듯한 사진을 건진 관람객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봉석과 두식이 만나는 장면을 재연해 놓은 구름 포토존을 통과하면 ‘신선한 치킨’을 받을 수 있다. ‘신선한 치킨’은 드라마 속 주원(류승룡 분)이 운영하는 가게다.
딸과 함께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이세희(서대문구·67)씨는 “드라마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서울 시내에 이렇게 꾸며놓은 곳이 있나 싶다. 너무 예쁘게 잘 꾸며놔서 드라마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특히 배경들이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김다은(은평구·20대) 씨와 윤재식(노원구·30대) 씨는 “‘무빙’을 보고 시간을 내서 일부로 찾아왔다. 기대했던 거보다 퀄리티가 높아 재미있게 관람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사격을 실제로 체험하는 공간규모와 소리에 놀랐다. 실제 드라마 장면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촬영에 사용된 소품들은 본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중에 또 재밌게 본 드라마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면 꼭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는 팝업스토어 열풍…가요계→영화·드라마·예능·웹툰으로 옮겨가는 추세
팝업 스토어는 정해진 짧은 기간만 운영하고 닫는 매장을 뜻한다. 당초 유통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팝업스토어는 가요계로 옮겨와 붐을 일으켰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샤이니, 젝스키스, SF9, 위클리, 엑소, 뉴진스 등 대세 K팝 스타라면 한번쯤 팝업스토어를 여는 게 관례가 됐다.
팝업스토어 열기는 영화, 드라마와 예능으로 이어졌다. 올 초 거센 열풍을 일으킨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는 첫 날 영화 팬 1000여 명이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입장해서 구매하는 것)에 뛰어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 tvN ‘댄스가수 유랑단’도 팝업스토어를 개최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는 새 여행지를 알리려 서울 종로구 동묘에 인도풍 골동품점을 팝업스토어로 꾸몄다가 인도 열차 탈선 사고로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6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유튜브 ‘빵빵이의 생일파티’ 소속사 관계자는 “매일 2000명에 가까운 ‘오픈런’ 고객들이 지하철역까지 대기했다. 팝업스토어 오픈 후 일평균 10만명 정도 상승하던 구독자 수가 20만명에서 30만명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 문화 평론가는 “팝업스토어는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소비 취향을 담고 있다. 이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굿즈 등 체험 상품들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추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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