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유독 고민이 깊은 지난 겨울이었다. 2020년 통합 우승을 이루는 데 큰 힘이 된 최강 배터리가 나란히 팀을 떠났다. 영원할 것 같았던 양의지의 NC 유니폼은 4년에 그쳤다. 2019년부터 양의지와 호흡을 맞추며 활약한 드류 루친스키가 NC에서 보낸 시간 또한 4년 뿐이었다.

흔들리지는 않았다. 1년 전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과 이별도 경험한 만큼 미리 다음 플랜을 세웠다. 양의지가 떠난 자리를 박세혁으로 메웠고, 메이저리그(MLB) 계약을 맺은 루친스키의 대체자로 특급을 바라봤다.

외국인선수 시장을 끝까지 신중하게 응시해 최대어 획득에 성공했다. 2022년 11월 18일 FA가 됐지만 MLB 잔류는 이루지 못한 페디 영입에 성공하며 루친스키 대체자를 확정 지었다. 페디가 논텐더 FA가 되자마자 접촉했고 페디 측에서는 NC의 신속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 아시아 복수의 구단이 페디를 바라본 만큼 NC 또한 페디 영입을 확신하지는 못했는데 페디는 극적으로 NC의 손을 잡았다.

MLB 통산 경기수와 이닝수가 각각 102경기, 454.1이닝에 달하고 4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돈, 사실상 현역 MLB 선발 투수와 계약을 맺은 NC다.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다. KBO리그 첫해부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까지 26경기 156.2이닝을 소화하며 19승 181탈삼진 평균자책점 2.13으로 활약 중이다.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세 부문에서 1위로 2011년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트리플 크라운, 더불어 외국인 투수 첫 트리플 크라운이 유력하다.

그만큼 기량이 뛰어나다. 구위와 제구를 두루 갖췄고 구사하는 모든 구종이 최상급이다. 처음에는 스위퍼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150㎞대 패스트볼의 무브먼트 또한 압도적이다.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할 줄 알며, 구종 선택에 따른 스피드 차이를 이용해 타이밍을 빼앗는 데에도 능숙하다. 타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을 좁히고 타석에 서지 않으면 공략 불가능이다.

◇KBO리그 역대 투수 트리플 크라운 수상자와 성적

올시즌 MVP 수상이 매우 유력한 가운데 지금까지 단 한 명만 이룬 대기록도 바라본다. KBO리그 역사에서 1986년 선동열만 달성한 20승·200탈삼진 트리플 크라운이 가능한 페디다. 1승만 더하면 20승이며 19개의 탈삼진을 더하면 탈삼진 200개를 채운다. 19일 이후 약 세 차례 선발 등판이 가능한 만큼 최근 페이스라면 불가능할 게 없다.

페디는 지난 19일 경기 후 트리플 크라운과 관련해 “솔직히 알고 있다. 그리고 생각을 안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그래도 최대한 생각 안 하려고 한다. 나보다는 팀을 생각하고 팀이 이기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 팀에 내가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너무 기록만 생각하지 않고 싶다. 그리고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게 한 경기만 안 좋아도 날아갈 수 있다. 그래서 더 생각 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팀이 시즌 막바지 2위 경쟁에 임하는 만큼 짧은 등판 간격을 두고 더 많은 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해 “감독님께서 필요로 하신다면 언제나 피칭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 휴식기를 갖는 게 좋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감독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팀을 위해 던질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는 24일 창원 두산전 혹은 26일 창원 KIA전 중 한 경기가 페디의 다음 등판이 될 계획이다. NC 강인권 감독은 페디에게 선택권을 준다고 밝혔다. 만일 페디가 24일 두산과 연속으로 마주한다면, 페디의 선발 등판 경기 수도 늘어날 확률이 높다.

유독 뛰어난 외국인 선수와 꾸준히 인연을 맺고 있는 NC다. 그만큼 뚜렷하게 기준을 정립했다. 특급 외인이 빠지면 또 다른 특급으로 채운다. 외인 영입을 두고 흔히 ‘복불복’, 혹은 ‘주사위 던지기’라고 한다. 100% 성공은 없으나 NC는 평균을 훌쩍 상회하는 성공률을 자랑한다.

양의지와 루친스키 동시 이탈이 올시즌 NC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페디는 예상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려 했고, 그 바람이 이뤄지고 있다.

페디는 MVP 트로피 역시 눈앞으로 다가온 것을 두고 “사실 시즌 들어가기 전에는 NC가 포스트시즌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올시즌 우리 동료들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내가 MVP가 된다면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꼭 MVP가 되고 싶다. MVP 트로피를 수상해 영광을 팀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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