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청라=장강훈기자] 청라를 지배한 건 ‘가을의 여왕’도 ‘청라 퀸’도 아니었다. 큰 대회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뽐내 ‘작은 거인’으로 불린 이다연(26·메디힐)이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이다연은 24일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파72·671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3차 연장 끝에 우승했다. 이민지(27) 패티 타바타나킷(24·이상 하나금융그룹)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톱랭커와 치른 연장에서 담대한 공격으로 우승을 따냈다.

지난해 왼쪽 팔꿈치와 손목을 수술하고 재활한 이다연은 4월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퀸’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에도 컨디셔닝을 병행하며 대회에 출전했는데, LPGA투어 톱랭커가 메인 후원사 초청을 받아 나선 무대에서 주인공에 등극해 ‘강심장’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켰다.

이다연은 “연장전에서는 LPGA투어 선수라는 생각을 안 했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라고 생각했다”며 “매홀 버디 하나 더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쳤다. (버디) 하나 더 하나 더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공동 4위에서 선두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연장에서도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벗어났다.

우승 과정 자체가 극적이었다. 2차 연장에서 이민지가 50㎝ 남짓 파 퍼트를 놓쳐 한 번 더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이다연은 3차 연장 두 번째 샷이 홀 뒤에 떨어져 2m 옆에 붙인 이민지보다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 더구나 내리막 퍼트. 거리도 9.2m로 만만치 않았다.

이다연은 “결과보다는 지금 해야 할 것을 최대한 믿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리막이 심한 편이어서 보이는 라인과 내 스트로크 감각을 믿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믿고 공격적으로 스트로크했는데 기적처럼 들어갔다. 너무 감사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5개월 만에 통산 8승째를 따낸 이다연은 “큰 대회에 강하다는 칭찬은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말이어서 좋아한다. 내 플레이 스타일이 메이저대회나 큰 대회 코스 세팅과 잘 맞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웃었다.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따냈고, 이 대회도 총상금이 15억원이어서 큰 대회로 분류된다.

LPGA투어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그는 “수술한 지 1년가량 됐으므로 컨디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개인 타이틀 욕심도 있고, 아직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 우선 올해는 KLPGA투어도 남은 대회가 많고, 메이저대회도 있으므로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다연은 “위기의 순간, 나를 믿을 수 있는 동력은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많은 분 덕분”이라며 “오늘도 성경 구절을 여러 개 적어 이동할 때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4년 전 3타차 역전패 아쉬움을 꼭 만회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우승을 끌어낸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