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기분 굉장히 좋았죠.”
한국 남자수영의 ‘간판’ 황선우(20·강원도청)가 날았다. 그리고 중국 수영의 스타 판잔러(19)는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경기와 우정은 또 별개다. 황선우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찐친 바이브’ 제대로다. 황선우도 웃었다. 그렇게 아시아의 수영 강자들이 나란히 성장하고 있다.
황선우는 2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 파크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200m 자유형에서 1분44초40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자신의 주종목이다.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현실로 펼쳐냈다. 당당히 금메달.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이미 하나 땄다.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다관왕’에 오른 선수가 됐다.
덩달아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판잔러다. 중국 수영 단거리의 에이스다. 황선우보다 1살 어리다. 둘 다 실력은 확실하다. 자연스럽게 국제대회에서 자주 마주쳤다. 친분도 쌓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예선에서 황선우가 3조에서 뛰었고, 판잔러가 4조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황선우가 먼저 경기를 마친 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이때 판잔러도 들어왔다.
우선 중국 매체와 인터뷰를 마친 후 황선우를 스쳐 지나갔다. 조용하게 “짜요”라고 말했다. 판잔러를 확인한 황선우도 “어 그래, 짜요”라고 받았다. 국제대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부분이다.

25일 계영 800m 시상식에서도 판잔러는 황선우에게 장난을 쳤다. 시상식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할 때 황선우의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았다. 황선우 머리 위로 ‘V’를 그리는 장난도 쳤다.
황선우는 “2년째 보고 있는 선수다. 친밀감이 굉장히 많이 형성됐다. 자유형 100m에서는 46초대라는 대단한 기록을 낸 선수다. 존경받아 마땅한 기록이다. 멋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다. 친근한 동생, 장난스러운 동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영선수는 수영모를 교환하는 문화가 있다. 나도 판잔러와 바꿨다. 같이 갈 친구가 있어서 좋다. 아시아 자유형에서 좋은 기록을 계속 뽐내고 있다. 선의의 레이스를 하면서 같이 올라가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27일에는 판잔러가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자유형 200m에서 황선우가 금메달을 땄고, 판잔러는 은메달을 얻었다.
레이스를 마친 후 황선우의 손을 잡고 번쩍 들었다. 두 선수가 나란히 양팔을 들면서 기뻐했고, 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판잔러가 보여준 ‘패자의 품격’이다.
끝이 아니다. 시상식을 마친 후 다시 판잔러가 황선우의 팔을 잡고 들어 올렸다. 역시나 환호가 쏟아졌다. 판잔러가 황선우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둘이 친분이 두텁기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황선우는 “판잔러가 중국에서 슈퍼스타 아닌가. 자신의 홈에서 자유형 200m 레이스를 마친 뒤 내 손을 들어줬다. 많은 팬들의 함성을 들었다. 굉장히 기분 좋았다”며 웃었다.
라이벌이 있어서 좋다. 황선우는 “서로 적대적이지 않다. 친근하다. 선의의 경쟁이다. 정말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서로 열심히 훈련하면서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 좋겠다. 우리 둘 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멋있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아시아는 세계무대에서 변방에 가깝다. 자유형은 특히 그렇다. 그러나 완전히 밀리는 것은 또 아니다. 황선우가 등장했고, 이호준을 비롯한 단른 멤버도 있다. 중국은 판잔러가 선봉이다. 같이 세계로 달리면 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