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우리 할머니도 함께 보세요.”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초대 챔피언에 오른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당당히 나섰다. 역시나 관심은 ‘페이커’ 이상혁(27)에게 쏠렸다. 이상혁은 e스포츠도 스포츠라는 소신을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마련한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르네상스’를 연 남자 수영 대표팀과 LoL 대표팀, 펜싱 금메달리스트 윤지수가 자리했다.
LoL 대표팀으로 가장 많은 질문이 갔다. 중심은 ‘페이커’ 이상혁이다. 세계적인 스타다.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종목별로 구분했을 때 LoL 티켓이 가장 비쌌고, 가장 많이 팔렸다.
입국 당시부터 ‘페이커’ 이상혁을 보기 위해 100여명의 중국 팬이 공항 입국장에 몰렸을 정도다. “페이커 보러 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페이커’ 이상혁은 준결승 중국전과 결승 대만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쵸비’ 정지훈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땄다. 그래도 ‘페이커’ 이상혁은 그 상징성만으로도 차원이 다르다.
‘페이커’ 이상혁은 “LoL이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뛰어난 선수들, 든든한 감독·코치님, 지원 스태프까지 있어 우승할 수 있었다.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프로e스포츠선수에게 선수촌 생활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뛰는 것도 드문 일이다. LoL의 경우 월드챔피언십(롤드컵)도 팀 단위로 움직인다. 천하의 ‘페이커’도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한 셈이다.
‘페이커’ 이상혁은 “주전으로 많이 출전하지 못해서 팀에 이바지하지 못했다”면서도 “선수촌 생활을 하고,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했던 모든 경험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대단한 선수들과 함께 자웅을 겨룰 수 있어서 기쁘다. 좋은 경험했다. 앞으로도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을 넘어 올림픽이나, 더 큰 무대에서 즐거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스포츠도 스포츠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스포츠는 몸을 움직여서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고 짚었다.
이어 “또한 우리가 경기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그것이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기본적으로 LoL은 세계적인 인기 게임이다. LoL 리그는 한국, 중국, 유럽, 북미,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된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어느 정도 ‘그들만의 리그’ 소리를 듣기도 한다. 기성세대에게는 ‘확’ 와닿지 않는 면이 있다. 아무래도 직접 즐기기 만만치 않다.
‘페이커’ 이상혁은 “LoL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생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많이 하고, 또 많이 본다. 부모님들도 함께 보면 좋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실 부모님들은 잘 모르시고, 알아도 스태크래프트 정도만 안다. 자녀들과 함께 보면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그것도 큰 기쁨이 아닐까 생각한다. LoL은 우리 할머니도 보실 정도다. 가볍게 알아도 즐길 수 있다. 매력 있는 게임이다”고 강조했다.
‘전자오락’이라 깎아내리는 이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그러나 e스포츠는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됐다. 당당히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왔다. 더 많은 이들이 즐겨도 이상하지 않다. 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페이커’ 이상혁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