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기자] “욕망이 표출되는 매개체가 쿠키죠. 쿠키를 통해 파멸의 길에 들어선 뒤 어떻게 책임 질지 여러 방향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종영한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는 한 입만 먹어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게 해주는 의문의 수제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지현은 동생을 돌보기 위해 18세의 어린 나이에도 공장에 취직한 소녀 가장 최수영 역을 연기했다.

극중 수영은 여고생인 동생 민영(정다빈 분)을 보호하기 위해 마약 쿠키를 파는 인물이다. 모종의 사건으로 동생 민영이 치사량의 쿠키를 먹게 되자 해독제를 구하기 위해 수수께끼의 인물 ‘셰프’의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결국 수영 역시 쿠키에 중독돼 동생 민영에게까지 소홀해지고 만다.

“사전 미팅 때 극중 착한 사람이 없어서 더 좋다고 했어요.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을 표현한 게 흥미로웠죠. 예전에 연기했던 배역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물이 대다수라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수영이는 ‘쟤가 왜이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택이나 안정성에서 일관되지 않았죠. 저도 수영 역을 통해 캐릭터를 연구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꿨습니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먼저였다면 ‘하이쿠키’에서는 극의 상황에 집중했다는 게 남지현의 설명이다. 그는 “논리적으로 보면 모순적인 게 많지만,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다 싶어 공감이 안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의 아역배우로 출발, SBS ‘수상한 파트너’(2017), tvN 백일의 낭군님’(2018) 등을 통해 성인연기로 무사히 안착한 남지현의 연기관이 변하기 시작한건 지난 해 방송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작은 아씨들’의 오인경을 연기하며 더 이상 배역과 자신을 연결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작은 아씨들’에서 인경이와 만나며 더 이상 캐릭터와 제 자신을 연관시켜 생각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었어요. ‘하이쿠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영이와 제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보니 대본과 상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지 10년.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서른이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촬영한 ‘하이쿠키’는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또래 친구가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 처음이에요. 만약 저 혼자만 교복을 입어야 했다면 부끄러웠겠지만 다 함께 교복을 입고 있어서 부담을 덜었어요. 다른 배우들이 현장에서 준비를 잘해온 덕분이기도 하죠. 촬영을 마친 뒤 배우들과 대학 동기 수준으로 친해졌어요.”

내년이면 데뷔 20년차다. 최근 박은빈, 이세영, 김유정 등 아역 출신 배우들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남지현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OTT채널 순위권에 든 작품을 보면 아역 출신 배우들이 많이 개인적으로 뿌듯해요. 아역 때는 촬영 분량이 한달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성인연기는 드라마 한편의 분량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강약조절을 신경 쓰곤 합니다. 다가오는 30대에는 삶의 경험이 풍부해져 제 연기 세계가 좀 더 넓어졌으면 합니다. 어느 장르든 풍성하게 살릴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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