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시대가 변하고 음악의 트렌드는 바뀌어도, 한 곡에 담긴 완성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을 풍미한 힙합 알앤비(R&B) 그룹 업타운이 13년만에 재결성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원년 멤버이자 리더 정연준을 중심으로 가수 베이빌론, 걸그룹 스피카 출신 김보형(루비)이 객원멤버로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 1일 25주년 베스트 앨범 ‘백 투 아날로그’(Back II Analog)를 발매했다. 업타운의 앨범은 2010년 발매한 ‘업타운 7(서프라이즈!)’ 이후 처음이다.
1997년 데뷔한 업타운은 당시 낯설었던 흑인음악을 전파힌 혼성힙합그룹이다. 1996년 발표한 정규 1집 수록곡 ‘다시 만나줘’, ‘내 안의 그대’, ‘카사노바’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한국 여성 보컬을 대표하는 윤미래, 제시가 업타운의 1·2대 여성 보컬이다.
이번 앨범을 위해 2년간 준비 기간을 거쳤다. 정연준은 “‘이제 한물갔구나’라는 평가를 받을까봐 떨리고 부담된다. 음악 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줘도 완성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요즘 공연장에 가면 전부 핸드폰을 들고 사진, 영상을 찍고 있다. 사람은 아날로그인데 음악까지 디지털이 장악한 것 같았다. 적어도 음악은 아날로그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들어보지 못한 음악’, 업타운의 뚝심


정연준이 추구하는 업타운의 음악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다. 때문에 매 앨범마다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이어왔다. 정연준은 “대중에게 사랑받아야겠다는 마음보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만들지 못한 음악이 무엇일까 먼저 생각한다”며 “가상악기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활동 동기였다”고 밝혔다.
업타운 1집이 ‘펑크 힙합’ 장르의 곡들이 주였다면, 이번 앨범은 ‘펑크 소울’이 메인 장르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백 투 아날로그’는 1980년대 펑크 소울 노래로, 세련된 음악에 루비와 베이빌론의 섬세하고 힘 있는 가창력이 더해졌다. 미국 출신의 가수 로렌 에반스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정연준은 “컴퓨터로 만드는 가상악기 소리는 진짜 악기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못 듣는다. 요즘 세대 사람들에게 그때의 아날로그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가요계에 25년이 넘는 시간동안 몸담은 정연준은 K팝이 아이돌 음악으로 획일화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정국의 ‘스탠딩 넥스트 투 유’도 정말 좋더라. 아이돌 덕분에 한국 음악이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K팝이 아이돌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음악이 더 질이 높다는 건 자만이다. 그냥 아이돌과 같은 테이블 위에서 평가받고 싶다. 외국 아티스트와 겨뤄도 손색없는 음악이라 자부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이클 잭슨만큼 노래 잘해”…‘합류’ 베이빌론·루비 향한 자신감
정연준은 “펑크는 악기 소리도 내기 어렵고 발성을 낼 수 있는 가수도 몇 명 없다”며 새롭게 합류한 보컬 베이빌론과 루비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베이빌론은 2015년 싱글 앨범 ‘프레이(PRAY)’로 데뷔하고, 가수 지코의 ‘보이즈 앤 걸즈(Boys And Girls)’ 피처링에 참여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박재범, 이효리, 팔로알토, 더콰이엇 등 여러 뮤지션과 호흡한 바 있다. 베이빌론은 “알앤비 음악 작업을 하면서 항상 업타운 노래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빌론과 업타운의 인연도 남다르다. 베이빌론은 지난해 발매한 정규앨범 ‘에고(EGO) 90’S’에서 가수 임정희와 함께 업타운의 ‘내안의 그대‘를 리메이크하는가 하면, 정연준이 프로듀싱한 ’소중한 건‘을 수록하기도 했다.
베이빌론은 “제가 가상악기를 많이 써서 속전속결로 다작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업타운 앨범 작업을 하면서 아날로그 사운드가 훨씬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 가상악기가 차갑게 바운더리를 치는 느낌이면, 아날로그는 따뜻하게 보듬고 어우러지는 느낌”이라며 “직접 경험해보니 정성과 진심이 퀄리티를 좌지우지한다고 느꼈다. 2시간이면 녹음을 다 끝내는 편인데 6~7배 녹음시간이 길어지는 걸 직접 경험했다. 힘들긴 했지만 결과물은 확실히 다르더라”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아날로그가 촌스럽고 옛것, 뒤처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Y2K 감성과 어우러지면서 요즘 세대에게 트렌디하게 다가가고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장르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루비 역시 “미묘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하더라. 발성의 단단함, 기술을 섬세하게 잡아주셔서 (정연준) 선배님을 만나고 노래가 성장하는 걸 느끼고 있다”고 배운 점을 이야기했다.

업타운의 새로운 여성 보컬의 주인공이 된 김보형은 2012년 스피카로 데뷔, 그룹 내 메인보컬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허스키한 음색과 파워풀한 보컬로 두각을 드러냈던 그는 JTBC 경연 프로그램 ‘걸스피릿‘ 우승 및 엠넷 ‘100초전‘ 2대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파 보컬로 입지를 다졌다. 또한 MBC ‘복면가왕’에서는 가왕 결정전에 오르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윤미래, 제시를 이을 3대 여성 보컬인 김보형의 어깨도 무겁다. 루비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김보형은 “업타운의 명성에 누가 되면 안 되겠단 생각을 연습생 때만큼 연습 많이 했다. 녹음하면서 운 적도 처음이다. 고음과 파워있는 보컬만 해왔는데 소울, 그루브의 느낌을 표현하는게 너무 어려웠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김보형에 대해 장연준은 “보컬 능력은 1,2대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베이빌론에 대해서도 “알앤비 위주로 노래를 잘 하고 있는데 소울의 발성도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거 같더라. 마이클 잭슨만큼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라이브 무대도 준비 중이다. 정연준은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와 알앤비 곡들도 준비 중이다”라고 업타운의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며 “외국에서 좋은 평가를 보며 빛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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