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망’ 현빈 vs ‘본능’ 정우성… 디즈니+가 깨운 1970년대의 ‘괴물’

- 우민호 감독, 욕망의 용광로 1970년대 소환… 압도적 ‘연기 차력쇼’

- “익숙한 ‘K-아재 누아르’의 반복인가, 진화인가” 엇갈린 반응도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돈이 곧 권력이고, 권력이 곧 정의다.”

디즈니+의 야심작 ‘메이드 인 코리아’가 베일을 벗었다. 1970년대, 야만의 시대이자 기회의 땅이었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돈과 권력을 좇는 사내들의 거친 숨소리가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로 ‘한국형 권력 누아르’의 장인이 된 우민호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은 단연 현빈과 정우성, 두 배우의 ‘미친 연기 대결’이다.

◇ ‘로코 킹’은 죽었다…독기 품은 현빈의 재발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빈의 변신이다. 그동안 대중에게 각인된 ‘멜로 장인’의 스위트한 미소는 온데간데없다. 극 중 야망을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남자 ‘기태’를 연기한 현빈은, 성공을 향한 굶주림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장착했다.

그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1970년대의 얼굴 그 자체다. 돈 냄새를 맡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흡사 영화 ‘마약왕’의 송강호를 연상시키지만, 현빈은 여기에 특유의 세련된 ‘냉기’를 더해 자신만의 빌런을 완성했다. 1~2화에서 보여준 그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현빈 인생 연기”라는 호평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 ‘검사’ 정우성, 이번엔 다르다… 우아함 벗고 ‘야성’ 입어

정우성은 기태를 집요하게 쫓는 검사 ‘건영’ 역을 맡았다. 영화 ‘더 킹’ 등에서 보여준 정치 검사의 매끈함과는 결이 다르다. 이번 정우성은 ‘동물적’이다. 논리보다는 본능, 법전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갈 것 같은 건영 캐릭터는 자칫 뻔할 수 있는 ‘정의의 사도’ 포지션을 입체적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두 배우가 화면 안에서 충돌할 때 발생하는 파열음이 상당하다. 현빈이 차갑게 날을 세운다면, 정우성은 뜨겁게 들이받는다. 이 상반된 에너지의 충돌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대극 서사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 화려한 미장센 vs 피로한 ‘아재 누아르’

우민호 감독의 연출은 여전히 스타일리시하다. 담배 연기 자욱한 룸살롱, 각진 그랜저와 빈티지한 패션 등 1970년대의 미장센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귀에 꽂히는 대사들은 ‘킬링 타임’용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호불호’의 지점 또한 명확하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70년대냐”, “남성 중심의 알탕 영화 문법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폭력과 욕설, 술과 배신으로 점철된 서사는 ‘내부자들’이나 ‘범죄와의 전쟁’ 등 기존 흥행작들의 그림자를 지우기엔 다소 기시감이 든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거창한 제목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이야기가 결국 ‘남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 총평: 아는 맛이 무섭다, 배우 보는 맛은 더 무섭다

결론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새롭지는 않지만, 강력하다. 이야기의 신선함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시대적 공기를 즐기는 작품이다. 현빈과 정우성이라는 두 톱스타가 흙탕물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독료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이 작품이 단순한 ‘복고풍 갱스터 무비’를 넘어 2025년의 관객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질지는 남은 회차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야망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1970년대 한국을 어떻게 집어삼키고 또 만들어냈는지, 그 끝을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 힘은 분명히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