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2023년에는 50대 여배우의 흥행세가 이어졌다. 올 한해 tvN ‘일타스캔들’과 넷플릭스 ‘길복순’ 전도연부터 JTBC ‘닥터 차정숙’ 엄정화, 넷플릭스 ‘마스크걸’ 고현정까지, 저력을 가진 여배우들이 시청률과 화제성, 작품성 등 다방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 가운데 이영애가 바통을 이어받고 2023년 대미를 장식할 전망이다. 이영애가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한 ‘마에스트라’는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 차세음(이영애 분)이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영애는 무려 1년 전부터 바이올린과 지휘 연습에 매진하며 국내 최고 여성 지휘자의 면모를 갖췄다. 수많은 오케스트라 단원과 함께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습에 동참하며 디테일한 연기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쏟았다.

MBC ‘대장금’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아한 아름다움을 그려냈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선 복수심에 화신이 된 광기를 그려낸 이영애가 이번에는 독기를 품는다.

오케스트라는 눈부신 경쟁과 화합 속에 각기 다른 욕망과 음모가 공생한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무대 위 권력을 지키고자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차세음은 사방이 적인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이영애는 늘 완벽한 무대를 꾸미고자 하는 차세음에 독기를 담아낸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는 주위 사람들과 극렬하게 다투는 차세음의 얼굴이 나타난다. “난 내 음악이 완벽하지 못한 게 더 싫다고”라며 일갈하는 얼굴에선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이영애의 새로운 모습이 담겨 있다.

50명이 넘는 단원들 앞에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할 말만 하는 카리스마와 더불어 지휘를 마치는 순간, 엄청난 희열을 느끼는 듯 몰입한 차세음의 얼굴도 매력적이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또 한 번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오케스트라 드라마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영애는 지난 6일 신도림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마에스트라’ 제작발표회에서 “‘베토벤 바이러스’가 좋은 작품이지만 방송된 지가 꽤 오래됐다. 그사이에 지휘, 클래식에 대한 드라마가 많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 작품도 좋지만 저는 자신 있다. 참여해 주신 연출 선생님, 배우분들이 잘 채워주셨다. 그 이상으로 너무 감사한 분들이 많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대장금’을 시작으로 ‘친절한 금자씨’, ‘사임당, 빛과 일기’, ‘구경이’까지, 이영애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제목엔 이영애가 있었다. ‘마에스트라’에서도 타이틀롤로 나온다. 부담될 수 없는 자리지만, 이영애는 필사적인 노력과 강한 연기 열정, 능력 있는 동료들과 더불어 또 한 번 최고의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이영애는 “저 역시 타이틀롤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막상 현장에 가고 보니 모든 배우의 눈빛과 힘이 좋았다. 감독님도 연기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었다. 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면서 “제가 타이틀롤이지만, 저 혼자 이끄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젖어 들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를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가 최근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실패를 거듭한 가운데 이영애가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지, 또 50대 여배우들의 활약을 이어 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마에스트라’는 오는 9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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