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의 존재감이 내외부적으로 돋보이고 있다. 맏이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그룹의 중추 사업을 맡으며 한화의 중심이 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어느샌가 김동선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기존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에 더해 한화에서도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지난 1일 한화 건설부문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어 김동관 한화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을 포함한 3형제 중 처음으로 이번 ‘CES 2024’ 현장에 참석했다. 이는 경영인으로 한화 그룹 내에서 본격적으로 역할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본업인 ‘백화점’ 수익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에 집중하는 김동선 부사장의 행보에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 김동선의 야심작 ‘파이브가이즈’…경영 능력 입증 애매해

김동선 부사장이 지난해 국내로 들여온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지난해 6월 론칭 뒤 9월 말까지 매출은 36억원이다. 김 부사장이 유치의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조리 시연 과정까지 보이는 등 공들여 추진한 요식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파이브가이즈’만으로 그가 경영 능력을 입증시켰다기엔 아쉽다는 시선이다. 파이브가이즈를 경영 능력으로 보기엔 포트폴리오가 가볍고,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는 이르다는 것이다.
또한 정작 김 부사장의 본업인 백화점은 명품 소비가 꺾이면서 수익이 쪼그라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 본업 경쟁력이 밀리면서 능력을 입증받지 못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백화점은 기존 경영진이 맡는 부분”이라며 김동선 부사장에 대한 경영 능력에 대해 일축했지만, 김 부사장이 맡고 있는 한화 갤러리아 본부장 역할 또한 부족했다는게 이 업계의 시각이다.
다변화하는 백화점업계의 마케팅과 모객 전략에 갤러리아는 고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전체 백화점 업계 순위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갤러리아는 전국 5개 점포 모두 매출이 축소해 전년대비 6.4% 감소했다. 지난해 서울 압구정 명품관 매출은 7.0% 감소한 1조1406억원이다. 이어 대전 타임월드점, 광교점, 센터시티점 등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 김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 점포 수를 늘리며 요식업에 집중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를 전개하는 에프지코리아는 올해 상반기(1~6월)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3∙4호점을 잇달아 오픈한다고 밝혔다.
본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한화 갤러리아 주가도 상장가 대비 반토막으로 떨어지며 1000원대로 횡보중이다. 이에 김 부사장의 행보 또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 CES 출격한 김동선 부사장, 승계 구도 변화 일컫나
이번 ‘CES 2024’에는 오너가 3·4세들이 대거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부사장 또한 다르지 않았다. 특히 김 부사장은 3형제 중 처음으로 CES에 참석했다.
김 부사장은 CES서 사업 유관 분야인 ‘로보틱스’와 ‘푸드테크’ 등 전시를 둘러볼 예정으로 알려졌다. 유통과 로봇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안하며 현장을 찾는다는 것. 이 대목은 김 부사장이 그룹 내 유통과 신사업 분야에서 역할을 본격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화그룹 내에서 3형제의 지배력이 크지 않을뿐더러 김 부사장의 지분율은 1.64%에 그친다.
두 형제에 비해 뒤처진 경영 참여, 낮은 입지로 평가받는 있는 가운데 유통업으로 이를 입증시켜 승계 구도에 두각을 드러내야 하는게 김 부사장의 과제다.
한편 연말연시 재계 인사에서 80년대생 오너 일가 3·4세 경영인들이 대거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오랫동안 경영수업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이들은 그룹 신성장동력 발굴에 빠르게 나서 장악력을 높이고, 국내 재계 변화를 유도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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