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강예진 기자]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희박하다. 하지만 살아있는 희망의 불씨가 더 고통스러운 중국이다.
중국(FIFA 랭킹 73위)은 23일 오전 12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58위)와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0-1 패해 2무1패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다.
‘대망신’ 그 자체다. 중국은 타지키스탄(106위), 레바논(107위)과의 조별리그 1, 2차전을 0-0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100위 밖의 팀들에 고전하면서 ‘망신살’을 제대로 뻗쳤다. 조별리그 2연승, 1위를 조기 확정해 ‘1.5군’으로 나선 카타르를 상대로도 결정적인 찬스 자체를 살리지 못해 무위에 그쳤다.
3경기 연속 무득점, 3위 추락이다. 같은 시간 같은 조인 타지키스탄이 레바논에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순위표에 변동이 생겼다. 승점 3을 챙겨 4를 만든 타지키스탄은 중국(승점 2)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서 16강을 확정했다.
3위 추락이지만 16강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대회는 6개조 각 상위 1, 2위팀과 3위 가운데 상위 성적의 4개 팀이 16강에 오를 수 있다. 중국은 다른 조의 조별리그 최종 경기를 끝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얀코비치 감독은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 우리 운명은 다른 팀에 달려있다. 산술적으로 16강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희망가를 외쳤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시나 스포츠 천용 기자는 “한 골도 넣지 못한 역대 최악의 아시안컵이다. 이론적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고 한들 죽음을 기다리는 새로운 고문 방식”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마치 밧줄에 목을 걸고 교수형에 처해있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대륙의 망신이다. 중국은 지난 2017 호주대회와 2019 아랍에미리트(UAE)대회 연속 8강에 올랐다. 2004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공격 결정력이 떨어진 무딘 창에, 상대를 막아서기 급급한 수비 축구가 중국의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예견된 참사다. 중국 축구는 한때 슈퍼리그를 중심으로 축구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승부조작과 비리 등 축구 외적으로 곪아 있던 문제가 하나둘 터지면서 기업들의 후원이 끊겼다. 자연스레 리그는 바닥을 쳤고, 대표팀까지 분위기가 이어진 셈이다. 리그가 죽으면, 대표팀이 살 수 없는 중국 축구의 추락이다.
선수들도 처지를 아는 모양새다. 경기 후 웨이시하오는 “다른 사람은 모두 발전하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