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 출국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로 불리는 전지훈련은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다. 약 6주 동안 각 구단은 따뜻한 나라로 떠나 새 시즌을 준비한다. 마지막 2주 정도는 인근에 캠프를 차린 다른팀과 평가전을 치르며 실전 감각을 키운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다. 오키나와는 일본 프로구단들의 전지훈련 장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삼성은 일본 팀과 평가전을 자주 치른다.

일본팀과 평가전에는 국내 취재진뿐만 아니라 일본 취재진도 몰린다. 이들은 평가전 내용과 결과를 분석하며 새 시즌이 임박했음을 팬들게 전한다.

필자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을 취재하다가 일본에서 온 동갑내기 기자를 만났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담당 기자다. ‘교토 통신’ 스포츠부 기자인 시나가와 에리와 술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나누던 중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 ‘팬’에 감동한 얘기다.

시나가와 기자는 “지난해 2월 주니치 구단을 따라 오키나와 캠프를 갔을 때 삼성과 평가전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경기장 대부분은 주니치 팬이 채웠지만, 응원 소리는 10여명에 불과한 삼성 팬들이 더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당시 주니치 담당 기자들이 그 소리를 듣고 너도나도 한국 야구팬들의 열정에 감동했다. 우리들끼리 ‘한국 야구팬들, 특히 삼성 팬들은 일본까지 날아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게 정말 멋있다’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라고 전했다.

시나가와 기자가 특히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삼성 팬이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손수’ 제작한 피켓. 그는 “피켓을 직접 만들어서 응원하는 건 처음 본다. 일본에선 가수들의 콘서트 공연에서나 보는데, 한국은 야구장에서도 피켓 응원을 많이 하느냐”라고 물었다. 좋아하는 선수의 사진과 이름을 정성스럽게 오려붙여 직접 만든 피켓이나 스케치북을 들고 응원하는 한국 야구 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만들어 가는 한국 야구팬이 존경스럽다 했다.

투수 원태인도 기억했다. “잘생긴 선발 투수가 잘 던졌던 게 기억난다. 길지 않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한국의 국가대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원태인을 검색해 사진을 보여주자 “이 선수가 맞다”며 좋아했다. 원태인은 2023년 2월11일 주니치와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실점 없이 상대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국가대표이자 ‘푸른 피 에이스’의 면모를 일본 기자에게 각인시킨 셈이다.

삼성은 올시즌 스토브리그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약점이던 불펜진을 강화하기 위해 김재윤, 임창민, 양현 등 이름있는 불펜 투수들을 영입했다. ‘끝판대장’ 오승환도 붙잡았다. 이제 남은 건 스프링캠프 동안 알차게 훈련하는 것이다.

삼성은 2024시즌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지난해에 이어 주니치와 평가전을 갖는다. 시나가와 기자도 이 경기를 취재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에도 소수에 불과한 삼성 팬의 함성을 한껏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팬들의 열성적인 함성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줄 삼성 선수단도 관심 깊게 지켜보고자 한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