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공석인 KIA 사령탑 후보가 얼추 추려진 듯하다. 디펜딩챔피언 LG뿐만 아니라 각 팀이 가장 경계하는 팀이어서 새 사령탑이 누가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KIA 심재학 단장은 5일 “새 감독 후보군은 추렸다”고 귀띔했다. 그룹에 보고하고, 면접도 봐야한다. 하루 이틀 안에 끝날 문제는 아니지만, 설연휴를 전후해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커보인다. 구단이 추천한 인물과 그룹이 생각하는 인물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어,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김종국 전 감독과 계약을 해지한 KIA는 새 사령탑 덕목으로 ‘우승경험이 있고 참신하면서도 팀을 잘 아는 인물’로 꼽았다. 상반되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만한 인물이 딱 떠오르지는 않는다. 팀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려면 시즌 구상에 깊숙히 개입한 ‘내부자’가 가장 무난하다. 김 전 감독을 대신해 팀을 끌어가고 있는 진갑용 수석코치가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팬심만 생각하면 이종범 전 LG코치만 한 인물도 없다. 그러나 이 전 코치는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이정후와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은퇴 후 10년간 해설위원과 코치 등으로 경험을 쌓았지만, 자신의 야구관을 집대성할 시간을 갖는 쪽이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팬심으로 우승할 수 있다면 감독으로 선임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이름값이 성적을 담보하진 않는다.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레전드이지만 팀을 떠날 때 생채기가 남았으니, 이왕이면 모양새를 갖춰 금의환향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인물이다. 타이거즈가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적어도 이종범급 레전드에게는 잘차린 밥상을 내어줄만큼 구단과 팀이 준비돼야 한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한 명 있다. 타이거즈 레전드이자 지도자로도 업적을 남긴 선동열 전 감독이다. ‘국보’로 불린 대투수였고, 이른바 ‘지키는 야구’로 KBO리그 패러다임을 바꾼 지도자다.
주축선수 줄부상으로 역대 최약체로 꼽힌 시절 지휘봉을 잡아 고향팀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현 코치진과 선수단을 규합할 수 있는 인물로 손색없다.
우선 진갑용 수석코치는 선 감독이 삼성 수석코치로 취임했을 때부터 왕조를 거쳐 성공적인 리빌딩을 완성할 때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투수조련에 일가견있는 선 감독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진 수석코치다.
이범호 타격코치는 KIA 감독시절 인연을 맺었고, 정재훈 투수코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초대대회 때 사제로 연결됐다. 이동걸 코치 역시 삼성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고, 나카무라 다케시 코치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시절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KIA 타선의 중추인 최형우는 ‘선 감독표 리빌딩’ 최대 수혜자이고, 양현종 역시 대표팀과 타이거즈 에이스 계보를 잇는 투수다. 감독 한 명 영입해 전력을 완성한다면, 코치진 결속을 통해 팀을 규합할 확실한 카드가 되는 셈이다.
광주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라는 자부심을 회복할 기회가 필요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불명예퇴진해 실추한 ‘국보의 명예’는 야구계가 회복시켜야한다. 야인으로 지내면서 현장에 있을 때 부족한 새로운 트렌드를 쉼없이 공부한 열정도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선 감독 스스로도 일명 ‘사단’을 거느리지 않고 구단에 백의종군해 능력을 증명하면 새로운 명예를 얻을 수도 있다.
올해 KIA는 ‘잘해야 본전’이다. 2년 연속 단장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유니폼을 벗은 탓에 프런트를 포함한 팀이 모래알처럼 흩어졌는데, 겉으로 드러난 전력은 ‘완성형’이니 포스트시즌 진출로는 성에차지 않는다. 외풍이 거셀 수밖에 없는 팀 현실을 고려하면, 묵직한 인물이 지휘봉을 잡는 쪽이 변수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