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마이 웨이(my way)’를 외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대표팀은 지난 6일 밤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에서 0-2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포진한 ‘황금 세대’가 대회에 나섰다. 64년 만의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이었다. 스쿼드만 놓고 보면 아시아 최강이라는 표현도 과장은 아니었다.
내용은 형편없었다. 조별리그서 충격의 1승2무 성적을 기록했고, 16강, 8강에서는 졸전 끝에 막판 간신히 골을 넣어 극적으로 패배를 면하고 생존했다. 한계가 보였다. 요르단전에서는 유효슛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을 벌였다.
자연스럽게 클린스만 감독 경질론이 대두됐다. 단순히 경기 내용,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의견은 아니었다. 지난해 부임 후 국내에 체류하지 않고 자리를 비운 점, 대표팀의 근간이 되는 K리그를 외면한 점 등이 겹친 여론이었다.
사퇴 압박이 강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팀을 이끌고 있어 행복하다.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 요르단전에서 패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결과를 냈다. 4강에서 만난 요르단이 훨씬 좋은 팀이었다. 그전까지는 13경기 무패를 했다. 좋은 점도 많았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며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겠다”라며 3월 시작하는 월드컵 2차 예선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4강에 진출했으니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려운 대회라는 것을 느꼈다. 중동 팀들을 상대로 다들 고전했다. 현지에서 홈 경기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도 4강에 진출한 것은 칭찬하고 싶다”라며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다. 발견한 부분도 많다. 감정적인 부분,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6강, 8강전에서는 긍정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대회에서 탈락하고 돌아오면 여론은 뒤집힐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극단적인 발언도 나올 수 있다. 40년간 축구인으로 살며 결과를 내지 못할 때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라며 여론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도 사퇴에 관한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지에서 정 회장을 두 번 만났다. 커피를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긍정적인 이야기도 했다. 분석을 시작했다. 안 좋았던 점은 보완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당장 태국과의 2연전을 준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월드컵 예선까지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에 관해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과는 지속해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지금도 우리 팀의 주장이고 리더다. 그 전에 세계적인 선수다. 너무 많은 것을 갖춘 선수다. 이런 선수가 대회에서 아쉽게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면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3월에도 주장으로 팀에 합류할 것이다. 다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우승 트로피는 놓쳤지만 선수 생활을 하며 좋은 기회가 있을 때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를 바란다”라며 대표팀 은퇴설을 일축했다.
심지어 클린스만 감독은 늘 하던 대로 국내가 아닌 해외를 돌아다니는 업무수행 방식을 고수할 계획이다. 그는 “다음 주에 출국해 짧은 휴식을 취하고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 경기를 볼 예정이다.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 지속해 이야기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프로팀 감독과 다르게 할 수 있다. 비판을 존중하지만 일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