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이솜 은퇴설’이란 시청자 반응이 가장 와닿았어요.”
‘은퇴작’이란 평가가 칭찬인 시대, 배우 이솜은 지난 1일 최종회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에서 억척스러운 호텔리어 우진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은퇴작’이란 호평을 받았다.
우진은 기존의 여성상에 반하는 캐릭터다. 연애는 물론 남편 사무엘(안재홍 분)과의 관계에서도 적극적이다. 대사부터 행동까지 모든 것이 시원시원하다.
“우진은 뒷생각 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한 친구예요 일도 똑 부러지게 하는 데다 돈 버는 머리가 남달라 직장과 집에서 모습을 다르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우진의 포인트를 여러 가지로 신경써서 연기하다보니 ‘은퇴작’이란 평가에 감사했죠. 많이 내려놓고 보여드리려고 했던 것들이 시청자들이 알아주셨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은퇴할 나이는 아니니 우진을 시작으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를 좀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LTNS’는 그간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블랙 코미디 장르다. 7년차 딩크족인 사무엘과 우진 부부가 우연히 알게 된 친구 정수(이학주 분)의 불륜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실적인 캐릭터들이지만 결국 부부의 관계도 파국으로 치닫는다.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사회적 풍자를 담으려 했던 감독님들의 노력이 돋보였어요. 시나리오부터 완성본을 봤을 때 무거운 소재일 수 있는데도 코미디라는 장르로 마냥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았죠. 마지막 회가 씁쓸하긴 하지만 욕망을 쫓으면 우진과 사무엘처럼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드라마는 기혼자들의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현실적인 묘사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두 주연배우가 미혼이다 보니 연기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부부 연기를 통해 기혼의 세계를 맛본 이솜은 이번 연기로 결혼관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전고운 감독님이 기혼이셔서 조언을 받았어요. 그 덕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다만 이전에는 결혼에 대한 궁금증이 컸는데 사무엘과 우진이 너무 현실적인 부부라 결혼에 보다 신중해졌죠. 하하”
드라마 속 시원하다 못해 과감한 대사는 때로 낯 뜨겁기도 했다. 그러나 이솜은 얼굴을 붉히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우진을 연기하는데 나섰다.
“제가 수줍어하고 어려워하면 감독님들이 더 힘들 거 같았어요. 그래서 더 시원하게 연기했고 스킨십을 할때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이것저것 더 아이디어를 냈던 거 같습니다. 제모할 때는 털이 떨어지는 모습을 강조해 웃음을 살리려고 했어요. 베드신 촬영 전 우진이 입은 슬립은 제가 직접 산 의상이죠.”
이솜은 과거 영화 ‘소공녀’(2018),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길복순’(2023), 드라마 ‘모범택시’(2021) 등에서 여러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런 역할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 배우 자신의 가치관보다는 관계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꼽았다.
“제가 일부러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택하는 건 아니에요. 저를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그런 작품들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죠. 저는 보통 안 해봤던 이야기나 감독님들께 많이 끌리곤 해요. ‘LTNS’로 많이 내려놓은 만큼 앞으로 좀 더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부부연기를 한 안재홍은 영화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2020)에 이어 ‘LTNS’에서 세 번 째 연기호흡을 맞췄다. 과거 출연작에서 이별 후 커플의 슬픔을 묘사했던 이들이 관계 파탄 직전의 부부를 연기한 것도 드라마를 보는 또다른 재미다. 계속 관계가 발전된 만큼 이들은 다음에는 자식을 둔 부모로 극 중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두 작품 모두 짧게 호흡을 맞춘 탓에 이번 작품에서야 제대로 호흡을 맞췄어요. 안재홍씨와 거듭해서 만나면서 제 연기철학도 바뀌었죠. 일상을 실제처럼 표현하는 걸 옆에서 보고 배우며 안재홍 씨처럼 진짜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 목표가 생겼어요.” willow6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