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이정후가 강력한 동료를 얻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31)을 품었다. 스넬은 사실상 프리에이전트(FA) 재수를 택했다.

ESPN, 뉴욕 포스트 등은 19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가 스넬과 2년 6200만 달러(약 83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첫 시즌 후 옵트아웃(잔여 계약을 취소하고 FA가 될 수 있는 권리)이 붙었다”고 전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김하성의 동료였지만, 이제 이정후의 팀 메이트다.

스넬은 사이영상 2회에 빛나는 왼손 선발이다. 탬파베이 시절인 2018년 처음 받았다. 그리고 2023년 샌디에이고에서 다시 수상했다. 양대 리그에서 모두 최고가 됐다.

2023시즌 32경기 180이닝, 14승 9패 234탈삼진, 평균자책점 2.25를 쐈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다. 조정평균자책점(ERA+)이 무려 182에 달한다.

2020시즌 후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에 왔다. 2021~2022년은 부상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3년 완전히 터졌다. 그리고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다.

여러 팀이 군침을 흘렸다. 리그 최고를 말하는 왼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하나의 공도 던지지 않은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3억2500만 달러(약 4350억원) 계약을 터뜨렸다. 스넬의 눈높이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2억 달러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문제는 현실이다. 이상할 정도로 잠잠했다. 최대어가 오타니 쇼헤이였다. 오타니의 팀이 정해지지 않으니 전체적으로 시장 흐름이 늦었다. 지난해 12월 마침내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시장도 빨라질 것이라 했다.

아니었다. 중소형 FA는 속속 팀을 찾았는데, 거물들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 사이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 스넬은 여전히 팀이 없었다. 뉴욕 양키스가 5년 1억5000만 달러(약 2007억원)를 제안했지만, 걷어찼다.

계속 시간만 흘렀다. 이제 개막이 코앞이다. 더 늦출 수 없었다. 결국 스넬은 ‘차선’을 택했다. 샌프란시스코가 내민 손을 잡았다. 2년 6200만 달러. 연평균 3100만 달러(약 415억원)다. 고액이다. 대신 1년 후 FA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재수다.

스넬로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에이스를 품었다. 로건 웹이라는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있다. 다음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부강은 필수였다. 꽤 시간이 걸렸지만, 스넬이라면 만족스럽다.

이정후도 강력한 우군이 생겼다. 리드오프로 낙점된 상황. 이정후가 아무리 많은 안타를 치고, 아무리 홈에 많이 들어와도 혼자는 안 된다. 앞서 맷 채프먼을 데려와 내야를 강화했다. 투수 쪽은 여전히 부족했다. 강팀의 기본 조건은 마운드다. 스넬의 영입이 반가운 이유다.

다저스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영원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가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