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삼성의 4·5선발 고민에 마침표가 찍히는 모양새다. 스프링캠프에서 나란히 경쟁했던 왼손 이승현(22)과 이호성(20)이 같이 활약하고 있다.

이승현은 올시즌 3경기 15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불펜으로만 뛰었다. 비시즌 선발 도전을 택했다. 시즌 개막부터 뛴 것은 아니다.

4월18일 올라왔고, 3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5이닝 무실점-5이닝 무실점-5이닝 3실점이다. 3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패전투수가 됐으나, 선발 전환 후 처음으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일 잠실에서 만난 이승현은 “현재까지는 내 생각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안 좋을 때 막는 것도 선발의 의무다.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살짝 미소를 보였다.

이어 “정민태 코치님께서 ‘자신 있게 던져라’고 항상 주문하신다. 그 말씀 믿고, 나를 믿고 내 공을 던지려고 한다. 이번에 6회 마운드에 올랐으니까, 다음에는 퀄리티스타트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2021년 1차 지명자다. 삼성이 큰 기대를 걸었다. ‘언젠가 선발로 가야 할 선수’라 했다. 데뷔 4년차에 마침내 선발로 힘을 내고 있다.

이호성도 있다. 2023년 1라운드 지명자. 지난해 10월 올라와 5이닝 2실점-5이닝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데뷔 첫 승도 선발승으로 챙겼다.

올시즌은 5경기에서 18이닝을 소화하며 1승 2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고 있다. 첫 네 경기는 아쉬웠다. 4이닝도 먹지 못했다. 그러나 1일 잠실 두산전에서 5.2이닝 2실점(1자책)을 쐈다.

개인 최다 이닝을 먹었다. 자책점도 딱 1점. 커리어 베스트 피칭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았다면 데뷔 첫 QS도 달성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이호성은 “QS가 욕심이 나기는 했다.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이면 된다. 팀이 이기면 된다. 앞선 등판에서 다 부진했다. 선발인데 이닝을 못 먹었다. 위축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짚었다.

이어 “이제 ‘잘하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 내 할 것에 집중하겠다. 내가 성장해야 한다. 팀에 보탬이 되면 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백정현이 빠지면서 4~5선발이 고민이었다. 이승현이 잘해주고 있다. 선발이 처음인데도 안정적이다. 계속 좋은 모습 기대하고 있다. 잘 적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호성이 5선발 자리에서 잘해주면 가장 좋다. 우리는 5선발이 키다. 이호성이 5회까지 잘 막아주면 경기가 된다. 그러면 충분히 성공이다”고 덧붙였다. 이호성은 5.2이닝을 먹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버틴다. 6경기 34.1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2.10을 찍고 있다. 코너와 레예스도 최근 세 번의 등판에서 각각 2승씩 올렸다. 합계 평균자책점은 3.41이다. 나쁘지 않다. 최소한 승부는 된다.

여기 이승현과 이호성이 가세했다. 오히려 외국인 투수보다 더 잘 던지고 있다. ‘평균 21세’ 4·5선발 결성이다. 원태인도 고작 24세다. 이 추세면 토종 선발로 고민할 일은 사라질 전망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