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KBS ‘역사저널 그날’을 둘러싼 MC 교체 과정에 제작본부장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초 MC가 배우 한가인으로 내정된 가운데 녹화 직전 KBS 출신 아나운서 조수빈으로 결정하라는 통보를 내렸다는 것이다.
KBS PD협회는 13일 오후 KBS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민 사장은 ‘역사저널 그날’을 당장 돌려 놓아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제작진이 MC로 섭외한 배우 한가인이 녹화 3일전 제작본부장 지시로 조수빈으로 바뀌게 된 점을 들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같은 외부 MC라도 지명도, 화제성 측면에서 제작진이 섭외해 놓은 특급 배우(한가인)와 본부장이 들이민 전직 직원(조수빈)은 너무나 차이가 난다”며 “또 제작진이 석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이미 준비 과정이 끝났고 섭외된 유명 배우를 MC로 하여 녹화를 하기 불과 3일 전에 본부장은 MC를 바꾸라고 제작진에게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게 제작진 주장이다. 지난 2월 11일 ‘역사저널 그날’ 종영 이후 한가인 섭외(4월4일), 제작본부장 보고(4월5일), 녹화(4월30일)로 추진하던 중 4월27일에 MC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조수빈 측 소속사에서 KBS의 섭외 연락이 없었다는 주장과는 달리 연락했다고 협회 측에서 밝혔다. 내부 갈등이 커지자 지난 8일 조수빈 측 매니저가 일정을 이유로 들어 MC 수락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자 지난 10일 제작본부장이 프로그램 무기한 보류, 제작진 해산 등을 지시하며 사태가 커졌다.
협회는 “제작본부장 등이 ‘역사저널 그날’을 무기한 중단시켰다”며 “표면적으로 발생한 비용만 해도 억대의 손해일 뿐 아니라 파생되는 회사 이미지 저하, 외부 제작 관계자에 대한 신뢰성 저하, 대표 프로그램의 불방에 따른 손해 등등까지 고려한다면 금액 산정을 떠나 그런 결정 자체로 엄청난 해사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는 “우리는 당장 기존 프로세스대로의 제작을 요구한다. 사장은 현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자로서 즉시 사태를 책임있게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그런 결단을 내릴 생각이 없다면 우리 PD들은 결사적으로 사장과 본부장의 퇴진 운동을 사내외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쌓이고 쌓여서 더는 단 1초도 당신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역사저널 그날’은 새 MC 한가인과 함께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제작진과 사측의 의견 대립으로 녹화가 무기한 중단됐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역사저널 그날’은 리뉴얼을 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형식, 내용, MC, 패널 출연자 캐스팅에 대해 (제작진과)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프로그램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제작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socool@sportsseoul.com
이하 성명서 전문
박민 사장은 <역사저널 그날>을 당장 돌려 놓아라!
지금의 경영진이 KBS를 잘되게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신료 문제, 직급 체계 개편안 등등 시원하게 뚫리고 해결된 건 없이 오히려 그나마 우리의 마지막 보루인 사내 화합이나 해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이번엔 제작본부장 등이 KBS 프로그램 중에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대표 교양 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을 무기한 중단시켰다. 표면적으로 발생한 비용만 해도 억대의 손해일 뿐 아니라 파생되는 회사 이미지 저하, 외부 제작 관계자에 대한 신뢰성 저하, 대표 프로그램의 불방에 따른 손해 등등까지 고려한다면 금액 산정을 떠나 그런 결정 자체로 엄청난 해사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사건의 개요는 알려진 바와 같으나 같은 외부 MC라도 지명도, 화제성 측면에서 제작진이 섭외해 놓은 특급 배우와 본부장이 들이민 전직 직원은 너무나 차이가 난다. 또 제작진이 석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이미 준비 과정이 끝났고 섭외된 유명 배우를 MC로 하여 녹화를 하기 불과 3일 전에 본부장은 MC를 바꾸라고 제작진에게 지시했다. 본부장이 수고하는 제작자들의 뒷통수를 친 것이다. 그나마도 해당 전직 직원 MC는 이후 스스로 녹화 불참을 통보하기까지 했다.
그러면 그 다음으로는 기존 제작 프로세스를 재개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가 아닌가? ‘항명’이 있어서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항명’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본부장과 경영진 스스로 제 얼굴에 침 뱉기 아닌가? 직전 제작본부장이 과장되게 포장된 ‘항명’으로 직에서 사퇴한 것을 벌써 잊었는가?
우리는 당장 기존 프로세스대로의 제작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더 지체되면 그것마저도 불가능해진다는 걸 우리 모두 안다. 사장은 현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자로서 즉시 사태를 책임있게 해결하라.
그런 결단을 내릴 생각이 없다면 우리 PD들은 결사적으로 사장과 본부장의 퇴진 운동을 사내외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쌓이고 쌓여서 더는 단 1초도 당신들을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