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윤세호 기자] 겉보기에는 하루 만에 트레이드가 성사된 것으로 보이지만 물밑 움직임은 이전부터 있었다. 은퇴까지 각오한 만큼 절실했고 그 절실함이 가장 빛났던 시기를 함께 했던 사령탑에게도 전달됐다. 삼성 유니폼을 입는 홈런왕 박병호(38) 얘기다.
지난 28일 야구계 핫이슈였다. 26일 엔트리에서 제외된 박병호의 이적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일은 아니었다. 일찍이 박병호는 KT 구단과 은퇴를 두고 논의했다. 문상철이 도약함에 따라 박병호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은 KT도 동감했다. 그래도 은퇴가 아닌 이적에 무게가 실렸다. KT는 삼성과 카드를 맞췄고 28일 밤 박병호와 오재일의 1대1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트레이드가 완성되기에 앞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병호다. 이적설이 알려지기 전 히어로즈 시절 영광을 함께 했던 LG 염경엽 감독과도 대화를 나눴다. 염 감독은 28일 “당연히 병호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도와주는 일은 우리 팀에 데려오는 것인데 불가능한 일이었다. 트레이드한다면 유망주를 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병호를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2005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08년 스카우트였던 염 감독이 LG로 이직하면서 염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2011년 여름 박병호는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로 이적했는데 염 감독도 이듬해 히어로즈 작전·주루 코치를 맡았다. 이때부터 둘은 신화를 이뤘다. 염 감독이 히어로즈 사령탑이 된 2013년 박병호는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 MVP를 수상했다. 당시 히어로즈는 누구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신흥강호였다.
만일 박병호가 염 감독과 LG에서 재회했다면 대형 이슈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염 감독의 말처럼 불가능에 가까웠다.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기도 어려울뿐더러 샐러리캡도 문제였다. 연봉 7억원의 박병호가 저연차·저연봉 유망주와 유니폼을 바꾸면 LG는 샐러리캡 기준선 초과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박병호는 중복 자원에 가깝다. 오스틴 딘이 주전 1루수로 활약하고 신예 김범석 합류로 우타 자원도 늘어난 LG다. 어느 관점으로 봐도 박병호 영입은 이뤄질 수 없었다.
박병호와 오재일은 연봉 규모 차이가 크지 않다. 오재일의 올해 연봉은 5억원. 박병호를 받은 삼성과 오재일을 받은 KT 모두 이 트레이드로 샐러리캡 기준선을 넘기는 일은 없다. 샐러리캡 2년차 시즌. 굵직한 선수가 팀을 옮기는 데 있어 연봉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