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손주영이 브랜든과 막상막하로 던져준 게 컸다.”

모처럼 토종 선발 프로젝트 성공이 보인다. 개막 로테이션에 진입한 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등판을 거르지 않았는데 매 경기 성장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LG 염경엽 감독이 왼손 선발 투수 손주영(26)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손주영은 지난달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5.1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이 브랜든 와델을 선발 등판시키며 사실상 1선발 대 5선발 구도였는데 손주영의 실점이 더 적었다. 안타 3개만 허용하면서 볼넷은 2개. 삼진은 4개였다. 시즌 4승째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3.64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부분은 꾸준한 구위와 발전하는 변화구다. 입단 초창기에는 예상보다 늘지 않는 구속으로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포심 구속 140㎞ 초중반대를 유지한다. 더불어 지난 경기에서는 커브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이 보유한 네 가지 구종(포심 커브 포크볼 슬라이더)를 노련하게 섞었다.

염 감독은 1일 경기를 앞두고 “어제는 손주영이 브랜든과 막상막하로 던져준 게 컸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제 관중석이 가득 찬 경기라 긴장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어제 주영이가 보여준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여유였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염 감독은 “구속은 여름이 되면 더 빨라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도 좋은 구위다. 회전수가 좋은 투수라 보통 투수보다 공의 위력이 3㎞ 정도 더 높다. 지금 우리 트래킹 데이터로는 포심 평균이 144㎞, 최고는 149㎞까지 나온다. 나중에는 최고 구속이 150㎞을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이미 타자가 느끼는 구속은 150㎞ 정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주영은 이전부터 특출난 회전수를 자랑했다. 포심 분당회전수(RPM)가 2600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KIA 이의리와 함께 KBO리그 왼손 투수 중 최상급 RPM을 자랑하는 손주영이다.

그냥 나온 결과는 아니다. LG 구단은 물론 염 감독 또한 이전부터 손주영을 두고 거침없이 투자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마친 지난해 후반기 손주영을 1군에 불렀다. 이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손주영을 넣었다.

염 감독은 “손주영 같은 선수가 계속 나와야 우리가 왕조 시작점을 만들 수 있다”며 “왕조를 이루는 팀을 보면 외국인 선수를 빼고 봐도 막강하다. 우리의 과제도 여기에 있다. 손주영이 성장하는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은 국내 선수가 성장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경기에서도 그 자신감이 나왔다. 염 감독은 6회말 손주영을 양의지까지 상대하게 한 후 교체한 것을 두고 “딱 거기까지 봤다. 보통은 양의지와 붙이지 않고 그 전에 바꾼다. 그런데 어제는 손주영의 디셉션에 양의지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더라. 그래서 딱 양의지까지만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손주영은 양의지에게 몸쪽 포심을 구사해 1루 플라이 아웃 시켰다. 1회와 3회에도 손주영은 양의지에게 포심 위주의 볼배합으로 범타를 유도했다.

한편 이날 LG는 홍창기(우익수)~문성주(좌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박동원(포수)~문보경(3루수)~구본혁(유격수)~박해민(중견수)~신민재(2루수)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는 케이시 켈리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