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신안군 = 이주상 기자] “수국공원(도초도)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하트해변(비금도)에서 사랑을 나눠요.”

연인들을 유혹하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어디로 갈까? 1004개의 섬을 가져 ‘천사의 섬’, ‘천사의 군도’, ‘천사의 신안군’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이 들썩이고 있다. 여름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한반도 남서쪽에 있는 신안군은 땅의 면적이 655㎢이지만 바다를 포함하면 1만3000㎢로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시 면적(605㎢)의 22배나 되는 광활한 지역이다. 이전에는 염전사업과 어업이 신안군의 주 수입원이었지만, 지금은 천사의 섬들을 활용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방문한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비금도에서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암절벽의 조화가 신비로운 선왕산이다. 비록 높지 않지만, 짜릿한 암벽등반을 즐기기에 최적인 장소다. 신안군에는 섬의 천국답게 500여 개의 백사장이 있지만 그중 비금도에 있는 하누넘 해수욕장은 연인들이라면 꼭 찾아야 할 장소다. 해안선이 하트 모양으로 되어 있어 사랑을 고백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웃한 도초도는 지금 수국의 향기로 가득하다. 10리나 되는 수국길이 있는가 하면 세상의 모든 수국 종류를 담은 수국공원도 있다. 유명 영화 자산어보의 촬영지도 도초도에 있어 그 옛날 절해고도에서 정약전이 후손들을 위해 꼼꼼히 써 내려간 자산어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수도권에서 목포까지 KTX로 3시간 남짓, 목포에서 비금도까지 배로 2시간, 하루의 일정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지만, 일단 섬에 발을 들여놓으면 하트해변과 수국이 언제 끝날지 모를 여정으로 마법을 부릴 것이다.

◇ 비금도

비금도는 섬의 모양이 큰 새가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하여 날 비(飛), 날짐승 금(禽), 섬 도(島)자를 써도 비금도라 불리게 됐다.

선착장에서 안쪽으로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암절벽의 선왕산이다. 바위산으로 유명한 월출산과 마이산을 작게 만들어 옮겨 놓은 듯한 기묘함이 서려 있는 산이다. 높지(255m) 않지만, 정상에서 다도해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데다 등산로가 안전하고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 숲과 암벽, 능선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어 오르는 재미가 인기 만점인 산이다.

산 정상에서 보이는 하얀 염전과 잔잔한 바다 위의 작은 섬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어서 비금도의 뷰포인트가 되고 있다. 특히 산 정상에서 바라본 하트 모양의 하누넘 해수욕장과 그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은 마음을 충만하게 만든다.

선왕산을 지나 길을 재촉하면 하트해변으로 유명한 하누넘 해수욕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비금도의 숨은 비경으로 연인들이라면 반드시 찾는 장소다. 해안선의 모양이 하트를 담아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하누넘은 ‘하늘 너머’라는 뜻으로 이름답게 하늘 너머로 지는 태양의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산 위쪽에 있는 하트해변 전망대에는 연인이 입을 맞추고 있는 하트모양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은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의 필수코스로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비금도에는 모래 해변의 길이가 4.3km에 달하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비롯해 한국 최초 1호 염전인 시조염전, 최치원이 조성한 ‘천년의 샘’, 고려시대 창건한 서산사 등이 여행객의 발길을 머무르게 하고 있다. 특히 비금도는 ‘바둑천재’ 이세돌을 낳은 곳이어서 바둑 마니아라면 들러야 하는 ‘성소’ 이세돌 바둑박물관이 있다.

◇ 도초도

비금도를 뒤로하고 서남문대교를 지나면 도초도가 맞이한다. 도초도의 지명과 관련해서는 독특한 설화가 전해져 온다.

신라시대 당나라와 교역 시 이곳이 기항지였는데, 당나라 사람들이 지형을 볼 때 자기 나라 수도인 장안과 같은 형태이며, 지역마다 초목이 무성하다 하여 도읍 도(都), 풀 초(草)를 써서 ‘도초’라고 불리게 됐다.

6월은 도초도의 달이다. 수국이 곳곳에 활짝 펴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섬의 특징을 살려 달마다 꽃의 축제를 펼치고 있다. 3월의 암태도는 춘란, 4월의 임자도는 튤립, 5월의 안좌도는 라벤더, 6월의 도초도는 수국, 7월의 홍도는 원추리, 8월의 자은도는 여름새우란 등 달마다 섬의 특징에 맞는 꽃을 정해 축제를 벌이고 있다.

수국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계절이 6월인데다 도초도는 예로부터 수국의 고향이었기 때문에 섬을 대표하는 꽃과 축제가 됐다.

팽나무와 수국이 어우러진 ‘환상의 정원 10리길’은 지남리 일원에 조성됐다. 수국과 팽나무의 이중주로 4.3km의 명품 숲길이다.

전국에서 기증받아 식재된 70~100년생 이상의 팽나무 760주가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폭 3m의 너른 길 양쪽으로 수국, 석죽패랭이, 수레국화 등이 줄지어 서 있다. 2021년에는 산림청이 주관한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가로수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도초서길에 있는 수국공원은 수많은 색채의 향연이다. 200만 송이 수국이 무지갯빛을 발휘하며 천지를 물들이는 모습은 화려함의 극치다. 작은 동산과 언덕을 배경으로 조성했기 때문에 입체감이 넘친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마주하는 수국은 매번 다른 얼굴로 변신하며 관람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수국정원 내부는 전통정원, 수국정원, 소리마당, 웰빙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5종 3만여 그루의 다양한 수국이 식재되어 있다. 수국개화기인 6~8월에 오면 자주색과 보라색, 흰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깔의 아름다운 수국을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도 도초도에는 감나무가 병풍처럼 에워싼 시목해수욕장을 비롯해 전설로 가득한 만년사와 고란리 석장승 등이 있어 여행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