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 기자]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삼성이 전날 KT와 경기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창 이기고 있었는데 비로 노게임 되고 말았다. 박진만 감독이 작심 발언을 남겼다.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선수들도 불만이다.

박진만 감독은 30일 수원 KT 더블헤더 1차전에 앞서 “비 예보가 뻔히 있는데, 레이더 영상 다 확인했을 텐데 경기를 시작한 점이 아쉽다. 경기 중 심판진이 레이더 영상을 확인하지 않았겠나. 게임 전에는 왜 체크하지 않는가. 비 오면 무조건 시작이다. 꼭 그렇게 해야 하나”고 말했다.

전날 오후 5시 경기가 시작됐다. 비가 아주 안 온 것은 아니지만, 양이 적었다. 그러나 6시부터 강수량이 많아진다는 예보가 이미 나왔다. 호우주의보 경고 문자가 오기도 했다.

시작 시점에 비가 오지 않았기에 경기에 들어갔다. 삼성이 다득점에 성공하며 4회초까지 7-1로 앞섰다. 4회말 1사 1루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오후 6시26분 중단. 59분 기다린 끝에 취소가 확정됐다. 노게임이다.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삼성으로서는 아쉽다. 어떻게 해서든 5회까지 했다면 강우 콜드로 이길 수도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박 감독은 “4회 공격이 길었다고 하지만, 벤치에서 ‘빨리 아웃되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 안 될 일이다. 투구 간격을 짧게 하거나, 타석에 빨리 들어서거나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지시는 했다”고 짚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아예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피해는 선수만 본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도 공정성을 위해 도입한 것 아닌가. 어제 경기도 같은 결이라 본다. 공정했다고 볼 수 있나. 선수 소모는 소모대로 하고, 불이익을 받는 팀이 나오지 않나”고 재차 힘줘 말했다.

이어 “중간에 끝났지만, 한 경기 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오늘 우리가 여파가 있다. 김영웅이 골반 쪽이 좋지 못해 빠진다. 오늘 경기가 쉽지 않다. 병원에 다녀왔다. 검진은 받았는데, 일요일이라 판독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 우리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판진에서는 기다리라는 말만 계속하더라. 일기예보도 예전과 다르다. 레이더 영상 등을 보면 경기가 어려웠다. 더 일찍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경기 전에는 감독관 판단이다. 여러 방면으로 고려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베테랑 강민호도 쓴소리를 내놨다. “솔직히 KBO가 좀 너무했다 싶은 마음이다. 오늘 뻔히 더블헤더가 잡혀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 어제 경기는 아예 하지 말거나, 했다면 끝까지 갔어야 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너무 힘들다. 현장 의견, 선수들 의견은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 운영이 좀 아쉽다. 더블헤더 자체도 힘든데, 어제는 사실상 경기를 한 것 아닌가”고 강조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여러 일이 발생한다. 올시즌은 더블헤더가 시행되기에 더 걸리는 부분이 많다. ‘투수가 없다’, ‘선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 하물며 경기를 시작했다가 노게임이 되니 더 허탈하다. 규정도 규정이지만, ‘융통성 있는 운영’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