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내가 좋은 기억이 많은 거지, 팀은 아냐. 왜 자꾸 우리인가.”

두산 이승엽 감독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2년 연속으로 울산과 포항 일정이 걸렸다. 그것도 한창 더울 때 배정된 부분에 대한 불만이다. LG 염경엽 감독도 상대 사령탑 의견에 동의했다.

이승엽 감독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LG전에 앞서 “포항구장은 인조잔디다. 당연히 신경 쓰인다. 왜 우리가 자꾸 선택되는지 모르겠다.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라도 불만 표시를 해야 하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팀이 울산과 포항에서 경기한다.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도 제일 더운 8월에 포항 인조잔디에서 뛰어야 한다. 경기력도 그렇고, 체력도 걸린다. 이동거리도 봐야 한다. 이해할 수 없다. 선수들이 정말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은 지난 7월16~18일 울산에서 롯데와 3연전을 치렀다. 1승 2패를 기록하고 돌아왔다. 오는 20~22일은 포항에서 삼성과 붙는다. 지난시즌에도 6월30일~7월2일 울산 롯데전, 7월4~6일 포항 삼성전을 치렀다. 2년 연속이다.

폭염이 계속되는 상황.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 걸린다. 이미 지난 2일과 4일 울산 LG-롯데전이 폭염으로 취소됐다. 포항에서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사실 포항은 이승엽 감독에게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다. 통산 39경기에서 타율 0.362, 15홈런 4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67을 올렸다. 2015년에는 통산 400호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 때 이야기다. ‘감독’은 보는 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승엽 감독은 “좋은 기억은 내가 많은 거다. 우리 선수들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니겠나. 35도 더위에서 인조잔디 구장에서 뛰면 정말 힘들다. 진짜 벌써부터 걱정이다. 나 혼자 가는 것이라면야 50도라도 갈 수 있다. 팀으로 보면 아니다. 포항이라서 문제라는 게 아니다. 시기를 말하는 것이다”고 짚었다.

이어 “혹서기는 피했으면 한다. 앞에 하거나, 뒤에 하거나 하면 좋지 않을까. 이미 100경기 넘게 치른 시점이다. 8월에 인조잔디는 진짜 힘들다. 내년부터는 이렇게 안 했으면 한다.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같은 생각을 내놨다. “결국 인조잔디라 문제 되는 거 아니겠나. 제2구장은 천연잔디로 하기 어렵다. 관리가 안 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두산이 2년 연속으로 울산-포항에서 하더라. 8월20일 포항 경기면, 폭염 취소가 또 나올 수도 있다. 9월초까지 덥지 않나. 인조잔디는 지열이 거의 두 배라 보면 된다. 선수들 부상 위험이 확 올라간다. 땀 범벅이 된다. 그러면 수분이 빠지니 근육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짚었다.

또한 “계속 경기를 치르면 사람이 적응한다. 그런 것도 아니지 않나. 가끔 하면 당연히 힘들다.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 5~6월이나 9월에 하면 어떨까 싶다. 8월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