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쇼닥터’의 폐해일까.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웅 원장이 공분을 사고 있다.
양재웅이 대표로 있는 경기 부천 더블유(W)진병원에서 33살 환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그는 이번 사고로 본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5월, 다이어트약 중독치료를 위해 양원장의 병원에 입원한 박모씨는 입원 17일만에 사망했다. 이에 피해자 박모씨의 유족들은 지난 6월30일 인권위에 사망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진정을 냈다. 아울러 부천원미경찰서에 병원장 양재웅 등 의료진 6명을 상대로 형사고소장을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현장조사를 통해 피진정인과 참고인 등 면담을 하고 진료기록 등이 사실에 부합하지 살펴본 뒤 본격 조사를 할지 결정한다.
유족들은 박씨가 사망 전날인 5월 26일 복통을 호소했으나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격리됐고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인은 ‘가성 장 폐색’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씨가 약을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원이 오히려 고역가(단위 밀리그램당 강한 효과)의 진정제를 주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박씨가 맞은 주사가 코끼리도 쓰러뜨릴 정도의 강한 진정효과를 가졌다고 보고 있다.
여러 문제가 산적했음에도 양재웅은 사건 이후 두 달여간 유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사망 사고 발생 4일 뒤, 연인 하니와 결혼 발표를 하는 강수를 두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고, 결혼을 앞둔 하니의 SNS에 악플이 쏟아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그제야 소속사 미스틱 스토리를 통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대중은 양원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은 모습에 맹렬히 비난했다.
양재웅의 사례는 ‘쇼닥터’의 폐해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쇼닥터’로 명한 바 있다.
2017년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1부터 출연하며 전문가 방송인으로 두각을 나타낸 양재웅은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쌓았다. 덕분에 병원도 큰 홍보효과를 봤다. 양재웅은 각종 프로그램에 자문으로 출연했으며, 출연작만 수십편이 넘는다. 그가 시술을 홍보한건 아니지만 방송을 통해 신뢰를 더했다는 점에서 ‘쇼닥터’를 양산한 방송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피해자 유족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양재웅의 병원을 찾은 이유에 대해 “해당 병원에 다이어트 약 중독 프로그램이 있었고, 양재진과 양재웅 씨가 나오는 많은 방송을 봤다. 신뢰가 생겼다”고 밝혔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병원을 홍보하면서 정작 담당의로는 얼굴을 비춘 적이 없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박씨의 모친은 딸이 입원한 17일 동안 양재웅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망 사건에 이어 부적절한 대응을 한 점이 알려진 후 민폐는 확산됐다. 양재웅은 지난 2020년부터 출연한 MBC FM4U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하 ‘별밤’)의 상담 코너 ‘깨끗하고 어두운 곳’에서 하차했다.
친형인 양재진 정신의학과 전문의도 대중의 악성댓글을 견디다 못해 SNS를 닫았다. 약혼녀인 하니의 SNS에도 “결혼하지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악성댓글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