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올초 공인구 1000개 후원
KIA 심재학 단장 “뭉클…축하한다”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21일(한국시간) 아름다운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진 곳은 다름 아닌 일본 효고현 니시노마야 한신 고시엔구장이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고시엔(甲子園)’에서 한국어 교가를 부른 이들은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다.
교토국제고 교가가 오는 23일 전 일본 국민이 주목하는 가운데 한 번 더 울려퍼질 예정이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21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준결승전에서 아오모리야마다 고교에 3-2로 역전 승리하며 사상 첫 고시엔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준결승에서 1회 2실점했지만, 6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3타점을 올리며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교토국제고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건너가 터전을 잡은 재일 교포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1947년 세운 교토조선중 후신(後身)이다. 현재는 전체 학생 90%가 일본인이다. 이날 결승행을 일군 선수단 전원도 일본인이다.
그럼에도 학교 교가는 여전히 한국어다. 고시엔에서는 출전학교 교가가 연주되며 일본공영방송 NHK가 모든 경기를 중계한다.
올 초엔 국내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지난 2월 KIA 심재학 단장은 일본 고치현 2군 스프링캠프 방문 당시 현지 교포에게서 교토국제고의 딱한 사정을 들었다. 바로 야구부원들이 찢어진 야구공을 테이프로 붙여가며 훈련한다는 것이다.
KIA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단장님께서 교토국제고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도와줄 방법을 찾다가 당시 2군 캠프에서 사용한 공 중 깨끗한 공 1000개를 학교로 보냈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교토국제고는 힘을 내서 제96회 고시엔 4강 진출, 준결승 진출에 이어 결승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KIA 역시 함께 기뻐했다. 이날 결승 진출에 대해 KIA 심재학 단장은 “고시엔 구장에서 울린 한국어 교가가 참 뭉클하다. 결승 진출을 축하한다”라며 교토국제고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심 단장은 “교토국제고가 20년 전 야구공을 쓰더라. 우리는 그저 공인구를 보내줬을 뿐인데 일을 냈다. 학교 측이 구단에 계속 고마워 하더라. 고시엔 경기에 초청도 해줬는데 일이 바빠 일본엔 가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KIA와 교토국제고의 인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심 단장은 “앞으로도 도울 방법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라며 인연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고시엔 구장이 개장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오는 23일 교토국제고가 간토다이이치고와 맞붙는 결승에서 사상 첫 우승 쾌거를 낼 수 있을까. 일본 전역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선이 모인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