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2024 파리 패럴림픽 대한민국 첫 금메달이 터졌다. 주인공은 사격 권총 에이스 조정두(37·BDH파라스)다. 가족에게 전한 약속을 지켰다.
조정두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P1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37.4점을 쏴 마니쉬 나르왈(인도·234.9점)을 큰 점수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한국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 메달로 보면 사격 R2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이윤리(49·완도군청)에 이어 두 번째다. 두 메달 모두 같은 날 나왔다.
공기권총 결선은 총 8명의 선수가 출전해 먼저 10발씩 쏘고, 이후 두 발씩 사격한 뒤 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한다.
조정두는 첫 10발에서 98.9점을 쏴 양차오(중국·100.6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후 살짝 흔들렸다. 11번째 발부터 15번째 발까지 5발 중 4발을 10.0점 밑으로 쐈다.
16발을 쐈을 때 순위는 3위. 1위 인도의 마니쉬 나르왈과는 0.9점 차이가 났다.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무섭게 추격했다. 17번째 발에서 10.4점을 쏘더니 18번째 발에선 만점(10.9점)에 가까운 10.8점을 기록했다.
이어 19, 20번째 발에서 연속으로 10.3점 고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20발까지 198.9점으로 1위에 올랐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23번째 발에서 10.8점을 쏘면서 2위 나르왈을 3.7점 차로 따돌렸다.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조정두는 처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다. 군복무 중 뇌수막염으로 하지가 마비됐다. 국가유공자가 됐지만, 7~8년 의욕 없이 무기력하게 살았다. 호기심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새 삶이 펼쳐졌다. 국가대표까지 됐다. 내성적이던 성격도 활발하게 변했다.
2019년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정상급 선수가 됐고, 이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세계장애인사격선수권 2위에 올랐고, 창원 장애인사격월드컵에서는 2023년 2위, 2024년 우승이다.
이번 패럴림픽 금메달 유력 선수로 꼽혔다. 딱 그대로 됐다. 패럴림픽을 앞두고 조정두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금메달 딸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약속도 했다. 부인의 출산일이 9월12일이다. 아들을 본다. “훈련 때문에 집에 잘 들어가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 와이프와 태어날 아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짜 그 약속을 지켰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