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샤토루=김동영 기자] “도를 닦는 심정으로.”
사격 대표팀 김정남(46·BDH파라스)이 대한민국 패럴림픽 대표팀에 메달을 추가로 안겼다. 사고로 인해 인생 궤도가 크게 변했다. 그러나 사격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너무 좋다”고 했다.
김정남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혼성 25m 권총 SH1 결선에서 24점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양차오(중국)가 30점으로 1위, 공옌샤오(미국)가 28점으로 2위다.
본선은 전체 1위로 통과했다. 결선에서는 초반 주춤하면서 추격자가 됐다. 맹렬한 기세로 따라붙었으나 상대가 너무 잘 쐈다. 동메달 마무리. 자신의 첫 패럴림픽 출전에서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냈다.
경기 후 만난 김정남은 “25m는 타이밍으로 사격하는 종목이다. 본선과 다르게 긴장도가 높았다. 초반에 살짝 맞추기가 어려웠다. 탄착을 보면서 자세나 조준 구역 등을 다시 설정하면서 좋아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원래 댄서를 꿈꾸는 청년이었다. 무술도 배웠다. 여러 일을 경험했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순식간에 장애인이 됐다. 비장애인일 때와 완전히 다른 삶이다. 그렇게 총을 잡았다. 운명이다. 당당히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사격이 너무 좋단다. ‘도를 닦는 심정’이라 했다. “내가 사격을 좀 깊이 생각하는 편이다. ‘나를 찾는 종목’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다 10점을 쏘고 싶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기본적으로 할 것을 하면서, ‘10점이 내게 오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렇께 몸에 배게 해야 한다. 그 과정을 두고 도를 닦는 심정이라고 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덕분에 나도 성격이 많이 차분해졌다. 감정 콘트롤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격을 하면서 많이 잡혔다”고 덧붙였다.
차근차근 자기 생각을 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했는데 오히려 말하는 것만 보면 ‘도인’의 풍모도 엿보였다. 그만큼 자기 통제가 잘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비장애인의 삶을 살다가 장애인이 됐다. 삶이 바뀌었다. 인생이 바뀌었다. 사격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장애인의 삶을 행복한 삶으로 바꿔주는 운동이다. 사격이 참 좋다”며 웃었다.
금메달이 아닌 점은 아쉽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기뻤으면 좋겠는데 마냥 기쁘지는 않은 것 같다. 마음처럼 안 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역시 초심이 중요하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메달이다. 다음 대회 은메달, 그다음 대회 금메달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한국 돌아가면 전국체전이 있다. 2년 후에는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있고, 또 2년 후는 패럴림픽이다. 계속 준비 잘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