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막내’에서 믿음직한 ‘캡틴’으로 거듭났다. 손흥민(32·토트넘)이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의 출항 첫 승과 더불어 A매치 50호 골을 정조준한다.

손흥민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과 홈경기 출격을 기다린다.

3723일 만에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에서 사제 연을 맺고 실전 경기를 치르는 날이다. 2014년 6월2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벨기에전(0-1 패)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손흥민은 커리어 첫 월드컵에서 골 맛(알제리전)을 봤지만 조별리그 탈락 아픔에 홍 감독 품에 안겨 펑펑 운 적이 있다.

두 번의 실패는 생각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전은 눈물을 환호로 바꾸기 위한 시작점이다. 브라질 대회 실패 이후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2-0 승)를 이끄는 득점포,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공헌한 그에게 북중미 대회는 전성기 폼에서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다.

손흥민은 지난 7월 홍 감독이 부임 이후 유럽 출장길에 올랐을 때 런던에서 만나 대표팀 운영 방안 등을 교감했다. 10년 만에 재회였다. 그 사이 스승과 제자 모두 성숙해졌다. 10년 전 레버쿠젠(독일)에서 활약하며 빅리거로 기반을 다진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아시아인 최초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우뚝 섰다.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직을 수행하며 행정가로 변신, 영업 사원처럼 현장 곳곳을 누비고 미래 지향적 정책을 내놓으면서 호평받았다. 그리고 2020년 말 울산HD 지휘봉을 잡고 현장 지도자로 컴백, 과거 성공과 실패를 벗삼아 농익은 지도력을 발휘하며 구단에 사상 첫 K리그1 2연패를 안겼다.

각각 지도자와 빅리거로 한결 업그레이드된 홍 감독과 손흥민의 시너지가 북중미 성공의 중요한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전을 하루 앞둔 4일 기자회견에서 “10년 전 손흥민은 젊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진 선수였다. 지금은 예상한 대로 한국의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당시 바랐던, 기대한 모습이 이어졌다”면서 “나보다 주장의 역할이 클 수도 있다. 감독이 바뀌었고 새로운 분위기다. 기존 선수의 호흡, 리더십은 앞으로도 손흥민이 시작하는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불필요하게 가졌던 책임감, 무게감은 내가 감독으로 나눠지고 손흥민 개인이 더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헸다.

동반 참석한 손흥민도 화답했다. 그는 “10년이라는 시간이 말도 안 되게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당시 월드컵을 치르면서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면서 “감독을 존중한다. 잘 따라가면 우리가 규칙적으로 훈련하고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수장의 리더십을 높게 여겼다.

A매치 127경기를 뛰며 48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팔레스타인전에서 50골 고지도 바라본다. 그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 통산 득점 순위에서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에 이어 3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열세로 평가받는 팔레스타인전에서 멀티골 이상을 해내면 50골 고지를 밟는 것과 동시에 차범근의 기록에도 근접할 수 있다.

홍 감독은 손흥민을 주포지션인 왼쪽 윙어로 두면서도 프리롤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토트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도 뛰고 있다. 다만 홍 감독은 지난 2일 첫 훈련에 앞서 “손흥민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건 왼쪽 사이드에서 벌려 있으면서 앞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다른 선수와 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2선은 황희찬(울버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엄지성(스완지시티) 등 높은 수준 재능이 넘친다. 과연 홍 감독이 첫판에서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를 어떻게 꾸릴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