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굳이 쓰레기를 모아 돈 들여 남쪽으로 풍선을 띄우더니, 위치정보시스템(GPS) 발신기까지 보냈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범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며 “엄중히 경고한다”는 뻔뻔함을 보인다.

13일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에 따르면 북한 쓰레기 풍선 일부에서 GPS 장치가 탑재된 것을 확인했다. 군은 북이 해당 장치를 이용해 실시간 풍선 이동 경로 추적 및 특정 지점 낙하물 투하 가능성 등을 분석 중이다.

북은 지난 5월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총 28차례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날렸다. 초기에는 단순 천 조각, 찢어진 종이, 비닐 등이 담겨 있었다. 대남 전단은 없었다. 그러나 이달 초 쓰레기 풍선이 폭발하는 등 위험수위가 높아졌다.

합참은 풍선 한 개당 10만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까지 풍선 제작 비용은 약 6억 원. 이는 북한 시세로 1000톤(t) 넘는 쌀값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북이 재원 한계로 모든 풍선에 GPS 장치를 탑재하진 못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이동 경로와 자료 등을 쌓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특정 장소에 고의적 또는 유사한 돌발행동 발생 여부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2일과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상공에서 북의 쓰레기 풍선을 포착했다.

군 관계자는 “쓰레기 풍선은 GPS를 달더라도 풍향 등 기상 극복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북한의 풍선 부양 기술 발전 가능성을 추적하면서 우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북은 연이어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13일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발표했다. 3일째 같은 내용이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천만 우리 인민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자비한 보복 열기로 피 끓으며 노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라 ‘통일 지우기’의 수순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이 ‘중대성명’, ‘침범’, ‘최후통첩’ 등을 반복 언급하면서 한국을 적대국으로 굳히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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