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2024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은 무조건 ‘한국(LCK) vs 중국(LPL)’ 맞대결이다. 다만 결승을 향한 관문에서 LCK 팀간 내전이 펼쳐진다. 그것도 오랜 기간 ‘숙적’으로 불렸던 젠지와 T1이 ‘생사결’을 치른다. 인수 창단 후 첫 ‘롤드컵’ 제패에 도전하는 젠지, ‘디펜딩 챔피언’으로 롤드컵 2연패에 도전하는 T1 중 누가 런던행을 확정할까.

젠지가 20일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8강전에서 북미(LCS) 강호 플라이퀘스트를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젠지가 마지막 준결승에 합류하면서 ‘대권’에 도전할 네 팀이 모두 가려졌다. LCK 대표 젠지와 T1, LPL 대표 빌리빌리 게이밍(BLG)와 웨이보 게이밍(WBG)이다.

공교롭게도 각국 내전이 성사됐다. 특히 젠지와 T1 대결은 ‘미리보는 결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올해 서머 결승전에서 깨지긴 했어도 두 팀은 LCK에서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결승전은 젠·티’란 공식을 만들기도 했다. 무려 2022년 스프링부터 2024년 스프링까지 다섯 스플릿 연속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숙적’이라 불리는 이유다.

올해 롤드컵 경기력만 놓고 보면 T1이 우위에 있다. 젠지는 8강 매치업 중 가장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됐다. 사실 플라이퀘스트는 8강 최약체로 꼽혔다. 우승 후보라 불린 젠지가 완승을 거둘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이 빗나갔다. 플라이퀘스트의 저항이 너무나도 거셌다. 젠지가 풀세트 접전 끝에 겨우 승리를 거뒀다. 겨우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체면은 세웠지만 젠지가 8강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롤드컵 ‘우승’에 대한 물음표가 생겼다.

반면 T1은 ‘펄펄’ 날았다. 롤드컵만 되면 강해진다. 괜히 ‘디펜딩 챔피언’이 아니다. T1은 8강전에서 LPL 톱e스포츠(TES)를 3-0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위기의 순간도 침착하게 잘 넘기며 완승을 거뒀다. 더 이상 LCK 4번 시드로 힘겹게 롤드컵 막차를 탄 T1이 아니었다. 라인 운영은 물론, 교전까지 모든 부분에서 TES를 압도했다.

인수 창단 후 첫 롤드컵 제패를 노리는 젠지로선 가장 큰 고비다. T1을 넘어야 정상을 바라볼 수 있다.

T1은 대서사의 시작을 예고했다. 상대가 LPL 징동 게이밍에서 젠지로 바뀌었을 뿐 ‘어게인 2023’이다. 지난해 롤드컵 준결승에서 T1이 징동을 꺾고 결승에 올랐고, 반대편에서는 WBG가 BLG를 꺾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결승에서 T1이 WBG를 완벽히 제압하고 왕좌에 앉았다.

만약 이번 롤드컵에서 T1이 젠지를 꺾고, WBG가 또 다시 BLG를 제압한다면 2년 연속 T1과 WBG가 결승에서 맞붙는 셈이다. 그리고 T1이 WBG를 ‘3-0’이란 스코어로 찍어 누르는 데자뷔가 펼쳐질 수 있다.

누가 됐든 LCK 팀이 결승에 진출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7일(한국시간) 오후 젠지와 T1의 라이벌 매치에 전 세계 LoL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