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는 당연히 주연 배우다. 하지만 이들도 앙상블부터 단역을 거쳐 그 자리에 오른 것. 어느 집단이든 같지만, 특히 예술계에서 ‘기회’는 있을 수 있지만, ‘운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작품이든 ‘감초’ 역할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배우들이 있다. 앙상블이라는 수식어가 아쉬울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극 ‘퉁소소리’에서 1인 다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원희와 박예리는 쉴 새 없이 변신하며 무대 전체를 장악한다.

‘퉁소소리’는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교체기의 전란을 담고 있다. 주인공 ‘최척’이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지면서 다시 만나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이원희는 명나라 장군인 ‘진위경’ 역 외 장면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진위경’으로 나설 때 그만의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관객석을 웃음으로 꽃피운다.

그의 연기는 어두운 시대 배경을 잠시나마 환한 희망으로 전환한다. 힘을 가진 명나라 장군이 갈 길 잃은 조선 청년을 거둬들이며 형제애를 쌓는다. 그 시대에도 적대적 관계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원희는 “연기하면서 집중하는 관점이 다른 것 같다. 연기를 재연이 아닌 보여드린다는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면 재밌어진다”며 “뭔가 몰입하는 것보다 상대 배우들과 공간 속에서 어떤 기호로 살아있는지 집중하고 연습하는 단계다. 이런 과정들이 재밌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예리는 ‘춘생’ 역부터 아기 울음소리 등 효과음까지 담당한다. 이번 작품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장한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남의 일에 참견도 한다. 어느 때는 노래하고 춤춘다.

순식간에 캐릭터 변신해도 흔들림 없는 연기로 극찬받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또박또박 ‘옥영(정새별 분)’의 이야기를 ‘최척(박영민 분)’에게 전하고, 왜적으로부터 아기 ‘몽선’을 지키려다가 칼에 맞아 쓰러진다. 이때 그 맑고 순수했던 눈망울에 눈물이 맺힌다.

박예리는 “고선웅 연출가님이 항상 누구보다 앞에서 몰입하고 있다. 배우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며 “어떤 움직임이나 시도할 때 무섭고 두렵기도 하다. 이때마다 ‘한번 해 봐’라며 믿고 바라봐준다. 그 힘을 받아 주저하지 않아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퉁소소리’는 오는 11월11일부터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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